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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우리 문화재가 또 한 번 방화로 사라질 뻔했다. 15일 오후 10시 20분쯤 국내 5대 사찰 중 한 곳인 부산 범어사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목조건물인 천왕문이 소실(燒失·불에 타서 사라짐)됐기 때문이다.
천왕문은 동서남북을 다스리는 4명의 천왕을 모시는 전각(殿閣·커다란 집)으로 사찰 외곽에 있는 일주문(보물 제1461호)과 불이문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에 나섰고 천왕문을 굴착기로 부순 후 세 시간 만에 불길이 잡혔다. -
다행히 천왕문 안에 있던 4대 천왕상(像)은 모사품(模寫品·원작의 그림을 그대로 옮겨 그린 작품)이었고 일주문까지 불길이 번지지 않아 중요한 문화재 소실은 막았다. 이갑진 부산 금정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천왕문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한 남자가 건물 안으로 뭔가를 던지고 나서 불길이 치솟는 장면을 확인했다”며 “경찰과 함께 방화범을 잡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가 사람이 일부러 지른 불로 훼손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에 불이 나 문의 일부를 태운 사건이 있었고, 같은 해 5월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의 서장대 누각 2층이 방화로 전소(全燒·남김없이 다 타 버림)했다.
2008년 2월엔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누각을 받치는 돌기둥만 남긴 채 전소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산 범어사 천왕문 '소실'
김명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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