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경기도 안성 너리굴문화마을에 ‘새내기 선생님’들이 모였다. 발령 첫해, 학교생활의 고민을 나누고 선배로부터 조언도 듣는 맞춤식 멘토링 연수가 1박2일 일정으로 이날 시작됐기 때문이다.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이하 ‘서부교육청’)이 프로그램 운영을, 마포구청이 재정 지원을 각각 맡아 진행된 이번 행사엔 마포구 관내 초등 교감 선생님 5명이 멘토로, 역시 마포구 관내 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초보 교사’ 25명이 멘티로 각각 참가했다. -
멘토링(mentoring)이란 경험과 지식을 갖춘 멘토(상담해주는 사람)가 멘티(상담을 받는 사람)를 상대로 상담이나 조언을 해주는 활동을 말한다. 전문성 향상이 목적인 여느 신규 교사 연수와 달리 선·후배 선생님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연수 첫날인 10일 오후 프로그램은 초등 선생님의 역량(力量·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에 관련한 강의, 그리고 1명의 멘토와 4~5명의 멘티가 조를 이뤄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토론으로 진행됐다. 연수를 총괄한 김문호 서부교육청 장학사는 “강의 주제는 EBS 10부작 다큐멘터리 ‘학교란 무엇인가’의 내용 중 멘토 간 협의를 거쳐 세 가지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특강에 나선 멘토는 심영면 교감 선생님(서울 서교초). 심 선생님은 △선생님들의 변화를 다룬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칭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칭찬의 역효과’ △소리 내어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 읽기, 생각을 열다’ 등을 놓고 열띤 강의를 이어갔다. -
세 시간씩 계속된 강의에도 새내기 선생님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기존 교육법을 완전히 바꿔 ‘새로운 선생님’으로 거듭난 사례나 칭찬의 역효과에 대한 얘기가 인상 깊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심정욱 서울 공덕초 선생님은 “수업 공개나 마이크로티칭(수업을 녹화해 문제점을 분석하는 수업과정 개선 방법)을 받아보고 싶다”며 “강의를 들은 후, 내게 부족한 점을 고쳐 더 좋은 수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성재 서울 창천초 선생님은 칭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칭찬의 구체적 기법에 대해선 많이 배우지만 역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건 몰랐어요.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방법이 다른 아이들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됐고요. 보상이 아닌 진실된 마음이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걸 배운 게 가장 큰 수확입니다.” -
강의 직후 이어진 토론에선 새내기 선생님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수업을 더 잘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박진선 서울 마포초 선생님), “발문(교육적 목적을 갖고 질문을 던지는 방법)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김상민 서울 염리초 선생님), “생활지도는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을까요?”(허혜림 서울 중동초 선생님) 등 실질적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질문들이었다. 심영면 교감 선생님은 구체적인 조언을 내놓았다. “많은 선생님이 ‘수업에도 공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때문에 틀에 갇힌 수업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박수 세 번’이나 ‘선생님 눈!’ 등 수업 집중을 위해 학생들에게 사용하는 말들이 오히려 집중을 방해하는 것처럼요. 원칙을 생각하면 형식에 내용을 맞추는 실수를 피할 수 있어요.”
토론을 마친 선생님들은 지난 1년간의 고민을 돌아보고 ‘행복한 교사’가 되기 위한 다짐의 시간을 가졌다. 이미형 교감 선생님(서울 연희초)은 “교직에 대한 열정이 질문으로 나타난다”며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올 6월 교사로 첫발을 내디딘 허혜림 선생님은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연수를 통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변화가 더뎌도 보듬어주고 기다려주는 게 교사의 역할이란 걸 알았어요. 아이들에게 ‘날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선생님이 될게요"
안성=이윤정 인턴기자
yjlee@chosun.com
새내기 교사들의 '멘토링 연수' 현장을 가다
선배 교사에게 학교 생활 고민 상담
"공개적 칭찬으로 다른 아이들 통제를"
잘 가르치는 법 등 구체적 조언 쏟아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