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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어린이 구호단체인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이하 ‘유니세프’)는 왕상한(47세)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특별대표로 임명했다. 학자로선 최초로 유니세프 특별대표가 된 왕 교수는 다양한 분야의 특별대표·친선대사와 함께 전 세계 어린이를 돕기 위한 활동에 나선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정관에서 만난 왕 교수는 “무엇보다 기쁘고 영광스럽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유니세프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이던 1993년 당시 지도교수님 댁을 방문했는데 온 벽면이 유니세프 관련 사진들이었어요. 그때 교수님으로부터 유니세프 얘길 처음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연찮게 유학길에 오르는 비행기 안에서 당시 친선대사였던 영화배우 안성기 씨가 출연하는 유니세프 홍보영상을 보게 됐어요. 영상물이 끝난 후 승무원이 나눠주는 후원 봉투에 제가 갖고 있던 돈을 전부 털어넣었어요. 그때부터 유니세프와의 인연이 시작된 셈이죠.”
-책 인세(저작물을 발행해 판매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저작자에게 판매 수량에 따라 일정한 비율로 치르는 돈)도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가진 재능이 원래부터 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을 펴내 번 돈도 ‘이건 내 돈이 아니다. 남을 위해 쓰자’고 다짐했죠. 현재 두 권의 인세를 기부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열심히 책을 써서 그 인세도 전액 기부할 생각입니다.”
-어린이들도 교수님처럼 기부에 참여할 수 있나요?
“그럼요. 단돈 1000원만 있어도 충분히 가능해요. 기부액보다 중요한 건 ‘관심’이에요. 대부분의 어린이가 기부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부모님의 역할이 중요하죠. 제 경우, 어렸을 때 거리를 지나다가 구세군 자선냄비를 볼 때마다 어머니가 제 손에 돈을 쥐어주셨어요. 전 왜 이 돈을 냄비에 넣어야 하는지 계속 질문했고 어머니는 그때마다 기부의 의미를 알려주셨어요. 그런 과정을 겪으며 점차 기부를 생활화할 수 있었답니다.” -
-소년조선일보 독자 여러분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모두가 ‘넘버원(Number one)’이 아닌 ‘온리원(only one)’이 됐으면 좋겠어요. 치열한 경쟁 끝에 친구를 밟고 올라서면 1등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요? 넘어져 울먹이는 친구가 있으면 일으켜 세워주고 옷도 털어주는 어린이가 돼야 합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은 누구에게난 유일한(only) 존재가 될 수 있어요. 지금 전 세계엔 넘어져 울고 있는 어린이가 참 많습니다. 어린이 여러분도 그런 친구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유일한 존재’가 돼보면 어떨까요?”
[The 인터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특별대사 임명된 왕상한 교수
김재현 기자
kjh10511@chosun.com
"경쟁서 이기는 넘버원보다 마음 따뜻한 온리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