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딛고 국립국악학교 합격한 김원경 양
안산=김명교 기자 kmg8585@chosun.com
기사입력 2010.12.11 23:01

"우리 가락 알리기 위해 실력 갈고 닦을 거예요"
가야금 연주자 꿈 이루려… 연습·공부 매진해 재도전

  • 한창 수줍음 많을 나이, 아이돌 가수에 열광할 시기, 첫눈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는 감수성 예민한 열세 살. 하지만 제 키만한 가야금만 품에 안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얼굴에 진지함이 묻어나는 소녀, 바로 김원경 양이다.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원경이는 사실 또래와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훌륭한 가야금 연주자이자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한길로 나아가고 있는 것. 남들보다 일찍 진로를 결정해 노력하는 만큼 실력은 수준급이다. 초등학교(경기 안산 와동초) 5학년 때 한국전통음악전국경연대회에서 중학생 언니·오빠를 물리치고 대상을 받는가 하면, 6학년 땐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경남 김해 전국가야금경연대회와 전국우륵가야금경연대회에서 연이어 대상을 차지했다. 원경이는 내년 3월, 오랫동안 꿈꿔온 국립국악학교 신입생이 된다.

  • 김원경 양은 “친구들은 국악을 ‘따분한 음악’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면 그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며 “중학교에 가서도 가야금을 비롯해 우리 전통 음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안산=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 김원경 양은 “친구들은 국악을 ‘따분한 음악’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면 그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며 “중학교에 가서도 가야금을 비롯해 우리 전통 음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안산=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가야금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어요. 그 청아(淸雅·속된 티가 없이 맑고 아름다움)한 소리를 듣다보면 저도 모르게 가락에 빠져들죠.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터지길 반복해도 가야금을 놓을 수 없는 건 가야금의 매력에 푹 빠져 있기 때문이에요.”

    원경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가야금을 접했다. 평소 우리 가락에 관심이 많았던 엄마 손에 이끌려 학교 방과후 수업에서 가야금 병창을 배운 게 시작이었다. 그맘때 아이들이 그렇듯 우리 전통 음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쉽게 그만둘 법도 했지만 원경이는 달랐다. 가야금은 배우면 배울수록 재밌었다. 물집이 터지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았다. “서너 번은 물집이 잡히고 터져야 굳은살이 박인다”는 원경이의 손 끝은 여기저기 굳은살로 반질반질했다.

    주변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원경이였지만 힘든 시기도 있었다. 작년 이맘때 국립국악학교 진학에 실패한 것. “한곳만 보고 달려왔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꿈이 있었기 때문에 힘을 내어 내년에 다시 도전해보자고 마음먹었죠.” 

    원경이는 이후 꼬박 1년 동안 가야금 연습에 매달렸다. 학원과 집을 오가며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지냈지만 투정 한번 부리지 않았다. 원경이는 “가끔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지만 내가 한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며 제법 의젓하게 말했다.

    “국악이라고 하면 ‘시시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 가락엔 흥과 여유가 묻어 있죠. 국악을 접하기 어렵다면 퓨전(fusion·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것을 섞어 새롭게 만든 것) 국악을 통해서라도 우리 전통 음악의 매력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저도 우리 음악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