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어린이 특파원] 문학을 사랑하는 러시아인들 "매주 서너 편의 시 암송해요"
글·사진=러시아(하바롭스크) 윤여준 명예기자 <2번 학교 4학년>
기사입력 2010.12.10 09:48

학교 이름이 번호로 돼 있고 11년 동안 같은 학교서 공부
선배들이 초급생 잘 도와줘

  • “즈드라스 브이체(안녕하세요)!”

    저는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윤 니콜라이’란 이름으로 학교 생활을 한 지 2년 반 정도 된 윤여준이라고 해요. 현재는 러시아 하바롭스크 시내의 2번 학교(수학 전문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에요. 러시아에선 학교를 ‘슈콜라’라고 해요. 각 학교마다 번호를 붙여 1번 학교, 2번 학교 등으로 부르죠. 제가 다니는 학교는 수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학교예요. 초등학교는 1~4학년, 중학교는 5~9학년, 고등학교는 10~11학년으로 우리나라보다 교육 과정이 짧은 게 특징이에요. 매년 9월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고요.

    ◆11년간 한 학교서 공부… 4학년 때까진 담임 안 바뀌어

    처음 이곳에 와서 가장 놀라웠던 건 1학년부터 11학년까지 모든 교육 과정이 한 학교에서 이뤄진다는 점이었어요. 전학 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11년 동안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는 셈이죠. 그래서인지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르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누나나 형이 동생들을 잘 보살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10~11학년 학생이 1~2학년의 급식 지도나 현장학습 활동을 도와주는 일이 이곳에선 무척 자연스럽답니다. 또 1~4학년의 경우 담임선생님 한 분이 같은 반 학생을 계속 지도하세요. 매년 담임선생님이 바뀌는 우리나라와는 크게 다른 점이죠.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학생을 깊이 있게 지도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에요. 저 역시 담임선생님의 세심한 배려로 타지에서의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답니다.

  • 윤여준 군은 “러시아 학교에선 수업 시간에 시를 외워 낭송하게 하고 자기 생각을 큰 소리로 발표하게 한다”며 “러시아에 훌륭한 문학가가 많은 건 그 덕분인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은 학교에서 친구, 선생님과 다정한 포즈를 취한 윤여준 군.
    ▲ 윤여준 군은 “러시아 학교에선 수업 시간에 시를 외워 낭송하게 하고 자기 생각을 큰 소리로 발표하게 한다”며 “러시아에 훌륭한 문학가가 많은 건 그 덕분인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은 학교에서 친구, 선생님과 다정한 포즈를 취한 윤여준 군.
    수업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진행되고 하루에 보통 4~5시간씩 수업이 있어요. 러시아어, 수학, 읽기(시 낭송), 영어 등이 주요 과목이죠. 한국에 비하면 과목 수가 적고 공부에 대한 부담이 없어 학생들이 학교 가는 걸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편이에요. 음악이나 미술의 경우 전문학교가 따로 있어 해당 학교에 입학하면 부담없이 배울 수 있어요. 교육비도 저렴해 재능이 있으면 누구나 예능 교육을 받을 수 있죠. 다만 한국에선 흔한 피아노 학원이나 미술 학원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아요.

    ◆일주일에 시 서너 편 암송… “벼락치기 공부 안 통해요”

    수업시간엔 칠판 앞으로 나가 큰 소리로 자기 생각을 발표하거나 시와 같은 문학 작품을 낭독하는 활동을 많이 해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남 앞에서 발표하는 걸 어색해하고 부끄러워하지만, 이곳 친구들은 감정을 표현하고 손짓까지 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답니다. 시를 읽고 외우는 활동은 주로 읽기 시간에 하는데 일주일에 3~4개의 시를 외워서 낭송해야 해요. 그래서인지 러시아인들은 성인이 돼서도 말하기를 좋아하고 즐기는 것 같아요. 이런 점들은 제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푸시킨 같은 훌륭한 시인이나 톨스토이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가 러시아에서 나온 건 결코 우연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죠.

    한국 학생들은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이곳 학교엔 정규 시험이 없어요. 대신 집에서 해온 모든 과제물과 숙제가 점수로 매겨지고 때때로 보는 쪽지시험도 다 점수에 포함됩니다. 1년에 4회 정도 짧게는 1~2주, 길게는 3개월 동안 방학을 하는데 방학을 하기 전 1~2주일에 걸쳐 학기를 마무리하는 데 꼭 필요한 부분만 시험을 치른답니다. 그래서 시험 때만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평소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해야 해요. 특히 러시아어 과목 성적을 중요하게 여기는데요, 국어, 영어, 수학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달라요. 자기 나라의 언어와 문학 작품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러시아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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