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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PC가 본격적으로 출시(出市·시장에 나옴)되면서 국내 출판 업체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전자책 출판에 열을 올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출판사의 분위기’를 말하며 앞으로의 대처 방안을 고민하는 곳도 있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출시됐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어린이책을 펴내는 출판사들의 입장도 엇비슷하다.
◆어린이책 업체“종이책 인기, 전자책으로 잇겠다”
출판 업계는 일단 어린이 전자책 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기껏해야 텍스트와 삽화가 전부인 전자책 전용 단말기와 달리 태블릿 PC용 전자책은 동영상·음악 등 멀티미디어적 요소가 더해져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삼성출판사 에듀앤아이티(Edu&IT)그룹장은 “전자책 개념이 국내에 들어온 지난 10년간은 ‘전자책=성인 책’ 이란 인식이 강했지만 태블릿 PC 시장이 확산되면 어린이 전자책 분야도 크게 성장할 것” 이라며 “현재 국내 도서 시장에서 어린이책만이 유일하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어린이 전자책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
이유남 북이십일 출판 그룹 디지털사업본부장도 “전자책 시대의 출현은 책이 다른 미디어와 경쟁해야 하는 새로운 환경을 제시한다는 점에선 부담” 이라면서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가진 전 세계 독자를 상대로 전자책을 판매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매력” 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웅진씽크빅이 출시한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이하‘앱’) ‘모두 떨어져요’ 와 ‘스피킹 자신감Basic’ 은 기대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출시된 ‘모두 떨어져요’ 는 4일 만에 국내 앱스토어 아이패드 부문 전체 인기 앱, 인기 유료 교육 앱, 미국 앱스토어의 주목받는 앱등 세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초에 나온 영어학습 앱 ‘스피킹 자신감 Basic’ 역시 출시 1주일 만에 교육용 유료 앱 1위, 전체 유료 앱 2위를 기록했다. 박문수 웅진씽크빅 ET TFT 차장은 “종이책에선 중력의 법칙을 설명하는 방법이 글과 그림으로 한정돼 있지만, 전자책은 어린이가 스크린에 손을 갖다 대거나 기기 자체를 흔드는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할 수 있어 매력적” 이라고 귀띔했다. 전자책의 등장이 출판 업계를 위축 시킬 거란 우려도 있다. 혼자서 책을내는 1인 출판사의 등장,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책을 낼 수 있는 환경등이 출판사를 위기에 몰아 넣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나호선 교원 E-콘텐츠팀장은 “성인 도서 부문에선 기존 출판의 형태를 깬 개인 출판이 늘겠지만 어린이책은 작가 혼자 만들기엔 역부족” 이라고 말했다. 글 외에 사진과 삽화, 음악 등 추가되는 요소가 많은 어린이책을 만들려면 자본력과 노하우가 반드시 따라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더라도 전자책이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할순 없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최상원 예림당 신사업기획본부장은 “전자책은 종이책의 보완재(서로 보완 관계에 있는 물건) 역할을 하게 될것” 이라며 “전자책 비율이 높아지는건 어쩔 수 없지만 콘텐츠의 특성과 목적에 맞게 종이책과 전자책은 앞으로도 공존한다고 보는 게 맞다” 고 전망했다.
◆전자책으로 만나는 'Why' ' 마법천자문'… 출시 임박
올 하반기 아이패드, 갤럭시탭 등 태블릿 PC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어린이 전자책도 하나 둘 독자를 찾아갈 채비를 마쳤다.‘ 올스토리(ALLSTORY) ’전집으로 유명한 교원은 어린이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꼬잉꼬잉이솝극장과 철학동화’ 를 재구성한 전자책 ‘교원이솝극장’ 을 지난달 30일 출시했다. 한국어영어 등 2개 언어 지원, 읽어주기 기능, 녹음 기능, 엔터테인먼트 등이 첨가된 게 특징. 출시된지 일주일 만에 교육 카테고리 인기순위 1위에 오르며 종이책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2편과 3편도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출판사는 이달 중 ‘삼성학습만화’ 콘텐츠 90여 종을 아이패드용 앱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화면에 손을 갖다 대면 책 속 주인공이 손의 움직임에 따라 행동하는 등 쌍방향 멀티미디어 효과를 입혀 책 읽는 재미를 더했다. 21세기북스는 학습 만화로 많은 사랑을 받은 ‘마법 천자문’ 시리즈를 내년 1월 중 전자책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손끝으로 직접 한자를 쓰며 필순(筆順·글씨 쓸 때 획의 순서)을 익힐수 있고 애니메이션 시청, 카드 게임등의 기능도 갖췄다.
예림당은 과학 학습만화 ‘Why’ 를 앱 형태로 출시한다. 3D 요소가 가미된 ‘Why’ 는 사물을 직접 보는 듯 세밀한 묘사가 이색적이다. 책 속에 소셜네트워크(인터넷상에서의 인맥 관리)기능이 추가돼 같은 책을 읽는 독자끼리 책 관련 얘길 주고받고 작가와 직접 소통할 수도 있다. 실시간 업데이트기능이 있어 한번 책을 구입한 독자는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테마기획 | 지금은 전자책 시대] (下) 어린이 책도 '전자책' 열풍 어린이책 업체들“세계시장 진출할 기회”
김명교 기자
kmg8585@chosun.com
"이때를 기다렸다" 전자책 출판 열기
"출판사의 위기" 반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