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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이는 요즘 엄마에게 “나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기 일쑤다. 그때마다 엄마는 펄쩍 뛰면서 소리를 지른다. “뭐라고? 얘가 엄마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어. 그래, 죽고 싶으면 죽어!” 때론 이렇게 윽박지르기도 한다. “말이 씨 된다는데 그렇게 재수 없는 소리나 하고! 그런 소리 듣자고 엄마가 지금껏 널 힘들게 키운 줄 아니?” 하지만 별 효과는 없다. 어떤 훈계에도 시종일관 부정적으로 대응하는 아이 때문에 엄마는 늘 걱정이다.
◆자녀의 불평불만은 “나 힘들어요” 하소연
아이가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말을 할 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말 속에 들어 있는 감정과 느낌을 수용해주자. 그러면 아이의 마음은 편안해진다. ‘죽고 싶다’는 부정적 감정도 아이에겐 무척 중요하다. 따라서 그 감정을 충분히 읽어주고 왜 그런지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잘못한 아이를 무조건 야단치면 그 아이에겐 죄의식이 싹튼다. 죄의식은 예외 없이 아이를 부정적으로 만든다. 아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걸 헤아려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부정적 감정을 다 쏟아놓을 수 있도록 돕는다면 그걸로 아이가 지닌 나쁜 감정은 저절로 해소된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부정적 감정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돕기만 해도 충분히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아이의 불평불만은 곧 “엄마, 나 지금 너무 힘들어요”란 하소연과 다르지 않다. 이 경우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건 꾸중이나 짜증, 화가 아니다. 위로와 이해, 격려다.
자녀의 말과 행동에 공감하려면 무엇보다 자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용’은 ‘공감’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부모 생각에 자녀가 충분히 수용된다면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자녀 입장에서 헤아리는 연습을
자녀가 매사 공격적으로 부모를 대할 때, 툭하면 부모에게 상처 주는 말을 내뱉을 때 부모는 그 말 속에 담긴 진실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엄마는 나한테 관심이나 있어?”란 말 속엔 늘 자기 맘을 부모에게 이해받지 못한 자녀의 욕구 불만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아이가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선생님이 나만 미워해.” 이럴 때 엄마가 보이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아니, 선생님이 왜 너만 미워한다니? 이렇게 착하고 예쁜 아이를….” “저런! 선생님이 널 미워한다고 생각하는구나. 우리 딸(아들), 속상하겠네.”
첫 번째 반응을 보이는 엄마 앞에서 아이는 생각한다. ‘그래,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선생님이 문제인 거야.’ 이후부턴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생각에 선생님 말이라면 무조건 신뢰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엄마가 두 번째 반응을 보인다면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부터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나 친구들과 있었던 일을 모두 엄마에게 털어놓고 의논하려고 한다.
‘자녀의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는 부모’가 되는 건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상당수의 청소년이 부모를 의논 상대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일탈을 일삼는다. 따라서 자녀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려면 부모 자신의 판단이나 비판적 생각은 일찌감치 내려놓고 자녀의 입장에서 마음을 헤아려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단,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공감과 허용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그 작업이 서투르면 자칫 ‘공감’을 앞세우다 자녀에게 질질 끌려 다닐 수도 있다. 아이가 지나치게 비싼 물건을 사달라고 조를 때 ‘얼마나 갖고 싶을까? 친구에게 자랑도 하고 싶고, 재밌게 놀고 싶기도 할 텐데…’란 맘에 덥석 사준 후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엔 자녀의 마음은 공감하되, 아닌 건 아니라고 엄격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의 공감이란 ‘장난감이 갖고 싶은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난감 살 형편이 안 되는데 무리해 장난감을 사주는 것’은 공감이 아닌, 불필요한 허용일 뿐이다. 이럴 때 부모는 자녀의 마음을 공감하되, 무조건 허용하진 말아야 한다. 대신 대화를 통해 자녀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자녀는 부모에 대한 반발심 없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엄마! 내 마음을 읽어줘요] "나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하는 아이에게 '공감' 표시하되 '무조건 오냐'는 안돼
송지희 선생님의 '부모 멘토링'
"잘못한 아이 무조건 야단치면 아이에게 죄의식 싹터…
부정적 감정 쏟을 수 있게 도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