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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연천교육지원청 건물 3층 컴퓨터실에서 관내 초등생 20명을 대상으로 ‘2010 초등학생 로봇강좌’가 열렸다. 선생님이 로봇 자동차를 완성하자, 여러 명의 학생이 일제히 선생님 앞으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오직 한 학생, 원유빈 군(경기 연천초 6년)은 이들과 거리를 둔 채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이날만큼은 ‘학생’이 아닌 ‘(보조)교사’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이날 수업에서 원 군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폭발’이었다. “유빈아, 여기 좀 봐줘.” “유빈아, 이건 어떻게 하면 돼?” 학생들이 손을 들 때마다 원 군은 재빨리 그쪽으로 가서 문제를 척척 해결했다. 복잡한 함수를 적어넣고 로봇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원 군의 능숙한 솜씨에 학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원 군과 한 학교 친구인 성동준 군(연천초 6년)은 “이번 강의를 신청한 후 일부러 유빈이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며 “겨울방학 때도 유빈이와 함께 공부해 ‘나만의 로봇’을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로봇에 관한 한 원유빈 군의 실력은 경기 인근에서 제법 명성이 자자하다. 올해만 해도 연천청소년과학탐구대회 로봇과학부문 금상,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 로봇과학부문 초등부 은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로봇 공부를 시작해 아직 채 2년이 안 됐지만 이제까지 받은 상이 네 개나 된다.
원 군이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된 건 5학년 때 담임이었던 최종연 선생님 덕분이었다. 최 선생님은 “과학적 호기심이 풍부한 유빈이에게 가능성이 보여 로봇 만들기를 권유했다”며 “워낙 본인의 열정과 흥미가 대단해 한번 가르쳐주면 그다음부턴 스스로 알아서 따라오더라”고 말했다. 올해 학생회장이 된 원 군은 로봇 실력 못지않게 학업 성적도 우수하다. 특히 수학 성적은 교내 최상위권에 속한다. 원 군은 “평소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해둔 게 함수를 많이 다루는 로봇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원 군이 꼽는 로봇의 매력은 뭘까? “일단 재밌어요. 부품을 하나씩 조립해 로봇을 완성해가는 과정도 신기하고 내가 고민해 만든 로봇이 작동하는 걸 볼 땐 짜릿하죠.” 원 군은 다음 달부터 연천과 의정부를 오가며 로봇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의정부에 있는 로봇 전문 학원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로봇을 공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해 우리나라 최고의 로봇 과학자가 될 거예요. 지켜봐 주세요!”
"고민해서 만든 로봇이 움직일 때 큰 보람 느껴요"
연천=성서호 인턴기자
bebigger@chosun.com
'어린이 로봇 과학자' 원유빈 군〈경기 연천초 6년〉
과학적 호기심 풍부해 로봇 만들기 시작 과학탐구대회 은상 등 2년새 4차례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