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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역사와 안보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도발을 ‘훈련 중 단순 실수’로 인식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이번 공격의 주범이 북한이란 증거가 있느냐”고 묻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공격 이후 어린이 포털 사이트 주니어네이버엔 초등생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초등 6학년이라고 밝힌 한 어린이(아이디 ‘jung****’)는 게시판에 “무턱대고 이 사건을 일으킨 주범이 북한이라곤 할 수 없잖아요. 증거가 있나요?”란 질문을 올렸다. 초등생이라고만 밝힌 또 다른 네티즌(‘vostlzh*****’)은 “우리나라가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북한은 하지 말라고 말렸습니다. 근데 우리나라는 무시한 거죠”란 글을 남겼다.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7시간 후인 밤 9시에는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의 방송 여부를 묻는 어린이(‘fma****’ ‘sy9*****’ 등)도 많았다.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의 안보의식 수준이 문제로 지적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6월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0 국민 안보의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응답자의 58.7%는 6·25전쟁이 일어난 연도를 몰랐다. 청소년의 안보의식을 점수로 매긴 결과는 100점 만점에 49.16점. 성인에 비해 10점 이상 낮았다. -
이 같은 현상은 상당 부분 안보 교육에 소홀한 현행 교육과정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현재 초등생은 6학년이 돼서야 비로소 사회 과목 현대사 단원에서 안보 부분을 배운다. 그나마 ‘한반도는 휴전 중’이란 개념보다 ‘북한은 우리가 도와줘야 할 한 민족’이란 인도주의적 시각이 강조되는 형편이다. 안보에 대한 관심이 시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운필 서울 은평초등 교장 선생님은 “예전엔 글짓기·그림·웅변 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통일·안보 교육이 이뤄졌지만 요즘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을 계기로 교육계에선 안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 단체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이하 ‘학사모’)은 25일 정부와 교원단체를 향해 학생들의 안보 교육을 강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사모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천안함 사태와 최근 연평도 도발을 볼 때 북한은 언제든지 6·25 같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집단이지만, 전후(戰後) 세대들은 안보의식이 너무 약하다”며 “정부는 6·25전쟁과 북한의 실상을 알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원단체들은 자신의 이념적 편향성을 떠나 북한의 도발행위를 왜곡하지 말고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전교생을 대상으로 통일·안보 교육을 실시해 큰 호응을 얻은 최지만 경기 부천 신흥초등 선생님은 “저학년을 위한 다양한 통일·안보 교육이 필요한데, 일선 교육 현장에선 대부분 1년에 한두 번 계기수업을 하는 데 그친다”며 “교육청의 강력한 의지와 교사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다양한 안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멍 뚫린 안보교육 "연평도 도발이 북한이란 증거 있나요?"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어린이·청소년 안보의식 낮아
年1~2회 교육이 전부… 보완 절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