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수술의 상처로 물갈퀴 같은 왼손을 갖게 돼 고민인 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자신을 놀려대는 친구들 때문에 늘 왼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습니다. 자연히 성격도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쪽으로 변하게 됐죠. 그런 자신의 경험담을 만화로 그려 상처를 치유하고 인기도 얻은 작가가 있습니다. 지난해엔 대한민국만화대상에서 대통령상까지 받았답니다. ‘파페포포 시리즈’로 유명한 심승현 작가(39세)가 그 주인공이에요.

심 작가는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식물학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작가의 꿈을 키우며 애니메이션 회사에 들어가 작품을 만들다 ‘파페포포’를 탄생시켰습니다. 파페포포의 그림체는 순정만화처럼 예쁜 게 특징인데요. 파페포포란 이름은 작가가 프랑스 영화 ‘그린파파야 향기’(1994년)를 본 후 ‘파파야’란 이름이 주는 어감이 좋아 ‘ㅍ’으로 시작되는 단어를 떠올리다 생각해냈다고 해요.

파페포포 시리즈는 주인공인 청년 ‘파페’가 대학 시절 짝사랑했던 여자아이 ‘포포’에 대한 마음을 낙서로 표현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이후 파페와 포포 두 캐릭터의 따뜻한 사랑 이야기가 잔잔한 수필처럼 전개되죠. 훗날 사람들은 이런 형식의 만화를 가리켜 ‘카툰 에세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심승현 작가는 결혼 후 자연스레 자신의 포포가 된 부인과의 사랑 얘기도 시리즈에 녹여 그려내고 있습니다.

만화에서 파페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그 사람을 마음속에 담아두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멋진 말이죠? 이 밖에도 파페포포엔 근사한 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내가 내뱉은 한마디가,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 행동이, 그냥 지나쳐버렸던 내 무심함이 상대에겐 어쩌면 아픈 추억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나의 작은 칭찬의 말 한 마디, 작은 배려의 행동 하나, 아주 조금의 관심이 누군가의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하라”처럼요.

심승현 작가는 자신의 상처를 딛고 ‘파페포포 투게더’, ‘파페포포 메모리즈’, ‘파페포포 안단테’, ‘파페포포 레인보우’ 등 수많은 파페포포 시리즈를 발표했어요.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이나 ‘프라미스’ 등의 작품도 빼놓을 수 없죠. 그의 만화 속엔 사랑뿐 아니라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 무심코 지나는 사람들과의 인연 등이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어린이 여러분도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를 할 때마다 주변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돼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