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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가면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작은 극장에선 영화가 상영되고 공방(工房·공예품 따위를 만드는 곳)에선 직접 도자기를 빚을 수 있다. 온종일 하늘 가득 총총한 별도 감상할 수 있다. ‘방과 후 학교 아니면 문화센터겠지’라고 생각했다면 틀렸다. 이곳은 지난 12일 문을 연 경기 성남 중원어린이도서관(성남시 금광동)이다. 개관 11일째인 23일 오후, ‘웬만한 멀티플렉스(영화상영관·전시관 등을 한 건물 내에 갖춘 복합건물)나 테마파크 부럽잖은’ 도서관 시설 곳곳을 둘러봤다.
◆온돌마루 열람실… 책 대출·반납도 자동으로
산성대로 408번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빽빽한 주택가 사이로 중원어린이도서관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큰 길가에 자리 잡은 여느 도서관과는 위치부터 남다르다. 어린이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집 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천지열 중원어린이도서관 정보봉사팀장은 “걸어서 1~2분 거리에 성남동초등학교가 있으며, 주변이 인구 밀집 지역이다 보니 접근성이 뛰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
중원어린이도서관은 연면적 1만560㎡(3200평)에 지하 3층, 지상 4층 건물로 지어졌다. 규모로만 따지면 여느 시립도서관 못지않다. 이 건물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전부 ‘어린이 전용 공간’이다. ‘책동산’으로 꾸며진 1층과 2층엔 약 2만5000권의 어린이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회원증을 만들면 1인당 네 권, 2주일까지 책을 빌릴 수 있다. 굳이 성남시민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1층은 7세 이하용 책 열람 공간인 ‘꼬마 책동산’이다. 마치 집 거실에서 책을 읽는 듯 친숙한 느낌을 주기 위해 열람실엔 온돌 마루가 깔려 있다. 덕분에 겨울이면 더 찾고 싶은 공간이 됐다. 책을 읽다 지루해지면 바로 옆 놀이방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 수도 있다. 동화 구연을 들을 수 있는 ‘이야기 마당’, 엄마를 위한 모유 수유 공간인 ‘엄마랑 아가랑’도 1층에 있다.
2층 ‘어린이 책동산’은 초등학생을 위한 공간이다. 이곳은 도서 대출 자동화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직원의 도움 없이도 누구나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다. 그 덕에 개관 이후 열흘 남짓밖에 안 됐지만 이곳의 1일 평균 도서 대출량은 566권에 이른다. 어린이의 (앉은)키를 고려한 책상과 의자, 엄마·아빠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편안한 소파가 배치된 점도 인상적이다.
책을 읽고 친구들과 토론할 수 있는 ‘책 이야기 아랫방’, 인터넷과 DVD를 이용할 수 있는 ‘사이버 마당’도 어린이 관람객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만난 이신영 양(경기 성남동초 4년)은 “책을 읽다 지루해지면 DVD룸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곤 한다”며 “한곳에서 다양한 걸 즐길 수 있다는 게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이향아 씨(37세)는 “일반 도서관은 중·고교생이 많아 좀 불안한데 여기선 아이가 자유롭게 책을 골라볼 수 있고 학부모를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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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있냐고요?” 천체관람관·도자기 공방도
3층과 4층은 문화체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특히 ‘우주 체험관’은 도서관이 문을 열자마자 입소문을 타고 수많은 관람객을 모으고 있는 곳이다. 우주선 문처럼 생긴 체험관 입구에 들어서면 로켓 발사, 진공상태 체험 등 우주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우주 식량이나 우주 화장실 모형도 구경할 수 있다. 소파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감상할 수 있는 ‘별자리 체험’ 코너는 특히 인기가 높다.
4층 ‘첨성대 교실’에선 천체망원경으로 태양과 별을 관측할 수 있다. 관측 프로그램은 하루 4회(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4시, 오후 8시) 진행된다. 단, 오전 10시와 오후 1시 30분은 단체 예약(20명 안팎)만 받는다. 개인 예약을 할 땐 이용할 어린이가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해 관측 일시 등의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체험 시설은 이 밖에도 다양하다. 3층에선 도자기를 만들어보는 ‘꿈 빚는 자기방’과 매주 토요일 어린이 영화 상영관으로 활용되는 ‘꿈나무 극장’이, 4층에선 각종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정원과 옥상학습장 등이 어린이 관람객을 맞는다. 천지열 팀장은 “도서관 속 문화체험 시설은 보다 많은 어린이를 도서관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며 “중원어린이도서관이 ‘책과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어린이 복합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주 특별한 '어린이 도서관] ②경기 성남 중원어린이도서관
성남=김재현 기자
kjh10511@chosun.com
"책 읽다 지루하면 우주체험 해요"
별자리 감상·영화 관람·도자기 빚기 등 '책과 문화' 동시에 즐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