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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북한을 방문한 미국 핵(核) 전문가에게 원심분리기<키워드 참조> 등을 보여주면서 또다시 ‘핵 도발(挑發·남을 집적거려 일이 일어나게 함)’에 나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1일(현지 시각) “북한이 이달 초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Hecker)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원심분리기 1000여 개를 갖춘 대규모 우라늄 농축(濃縮·액체를 진하게 졸임) 시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헤커 소장에게 “2000개의 원심분리기가 이미 작동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폭탄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천연 우라늄을 정제(精製·불순물을 없애 물질을 순수하게 만듦)한 후 플라토늄을 추출해 만드는 ‘플루토늄탄 방식’이 하나,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우라늄 농축탄 방식’이 다른 하나다. 북한이 지난 2006년과 2009년에 실시했던 핵실험은 모두 플루토늄탄 방식을 적용한 것이었다.
헤커 소장의 발언이 사실일 경우, 국제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심각할 전망이다. 플루토늄탄 방식으로 핵무기를 만들려면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 덩치 큰 시설이 필요하다. 위성 등을 통해 쉽게 발각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우라늄탄 방식의 핵폭탄 제조는 900㎡ 정도의 작은 공간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해 감시의 눈길을 피할 수 있다. 플루토늄탄 방식에 비해 무기 제조 방식 또한 간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제까지 ‘핵 도발→ 합의→ (정치·경제적) 대가 챙기기→ 또 다른 도발’로 이어지는 벼랑 끝 전술을 반복해왔다”며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을 압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6자회담을 다시 열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원심분리기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설비 중 하나. 농축 농도를 90% 이상으로 올려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다. 2000개의 원심분리기가 있으면 연간 1개의 우라늄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北, 또 '핵 도발'…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