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께 새 갑옷 선물했어요"
부천=성서호 인턴기자 bebigger@chosun.com
기사입력 2010.11.21 00:29

약대초 '동상 개조 프로젝트'

  • 너희들, 학교 동상에 얽힌 전설 들어봤니? 낮엔 꼼짝 않던 동상들이 자정이 지나면 하나 둘 살아난다는 얘기 말이야. 사자와 호랑이는 서로 으르렁대고 이순신 장군은 거북선에 탄 채 운동장을 누비지.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이런 전설이 나온 건 다 동상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때문이야. 여기저기 칠이 벗겨진 데다 하나같이 칙칙한 청동색이잖아.

    그런데 모든 학교가 다 그런 건아냐. 지금부터 경기 부천 약대초등학교(교장 최재운)의 ‘아주특별한 동상’ 얘길 해줄게.

    약대초 교정의 동상들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에 걸쳐 옷을 갈아입었어. 이순신 장군은 사극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화려한 갑옷을 갖춰 입었지. 낙타는 선글라스로 한껏 멋을 부렸고 기린은 빨간 바탕에 흰색 물방울 무늬가 그려진 넥타이로 기다란 목을 강조하고 있단다.
  • 지난 16일 약대초 어린이들이 새 단장한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서 장군을 흉내 내며 늠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부천=성서호 기자
    ▲ 지난 16일 약대초 어린이들이 새 단장한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서 장군을 흉내 내며 늠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부천=성서호 기자
    이 학교 동상들이 새 단장하게 된 건 태풍 ‘곤파스’ 때문이었어. 지난 9월 곤파스가 한바탕 지나가면서 운동장 정원에 있던 나무들이 죄다 쓰러져 버렸거든. 그 때문에 나무 뒤 낡은 동상들의 모습이 드러났어. 그냥 두자니 흉물스럽고 새 동상을 만들자니 돈이 많이 들고…. 학교는 고민에 빠졌지.

    해답을 제시한 건 최재운 교장 선생님이었어. 최 교장 선생님은 30년 전에도 약대초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셨대. 교장으로 학교를 다시 찾은 건 지난 9월 1일. 그런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동상이 있더래. 선생님은 생각하셨지. ‘기왕 드러난 동상, 예쁘게 옷을 입히면 아이들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최 교장 선생님은 화가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으셨어. 결국 아이디어는 교장 선생님과 약대초 어린이들이 떠올리고, 실제 작업은 화가 친구의 도움을 얻어 ‘동상 개조 프로젝트’ 를 완성할 수 있었어.

    아이들은 달라진 동상을 무척 좋아해. 요즘엔 삼삼오오 모여 동상에 관한 기발한 얘길 꾸며내기도 한단다. “얘네들은요, 옛날엔 밤 12시만 되면 싸웠거든요. 이제 예쁜 옷도 입혀줬으니 사이좋게 지내겠죠?” (3학년 박상혁군) “여기 군복 입은 사자 동상보이시죠? 우리 학교 사자는 군대도 나왔으니까 우릴 잘 지켜줄 거예요.” (1학년 박현영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