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대체 매뉴얼' 효과 있을까
김명교 기자 kmg8585@chosun.com
기사입력 2010.11.16 09:41

동영상 촬영···음주 측정···명문대 학생 소감문 읽기···

  •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서울 시내 모든 초·중·고교에서 체벌이 전면 금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4일 ‘문제행동 유형별 학생생활 지도 매뉴얼’을 발표했다. 매뉴얼은 체벌에 관한 학생의 문제행동을 △교사에 대한 불손한 언행 △복장 불량 △학습 태도 불량 등 18가지 유형으로 나눈 후 각각의 상황에 대한 교사의 대응책을 4~5개씩 제시하고 있다.

    특징적인 건 지도요령을 ‘이렇게 지도해 보세요’ ‘이렇게도 할 수 있어요(비교적 쉽게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경우)’ ‘그래도 안 될 때는(문제행동 교정이 어려울 경우)’ 등의 3단계로 구분해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학습 태도가 불량한 학생에겐 우선 ‘불필요한 물건은 가방에 넣도록’, ‘뒤로 나가 서있도록 하고 교과 내용 질문에 답하면 돌아오도록’ 같은 방안을 제시하고, 효과가 없으면 ‘벌점 부여·성찰교실 참여’, ‘명문대 진학생 소감문 찾아 읽기’ 등 문제 학생의 반응에 따라 단계별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하지만 매뉴얼을 접한 선생님들은 “실제로 문제 학생을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내고 있다. 위동환 서울 금양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매뉴얼 내용은 교육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며 “충분한 토론과 검토를 거치지 않고 체벌을 금지하다보니 매뉴얼도 급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경호 서울 성일초등학교 선생님은 “음주·흡연 학생을 지도하겠다고 측정기를 활용하거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학생과 교사 간 신뢰만 무너진다”며 “학생이 문제 행동을 했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도 1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울시교육청이 충분한 준비 없이 체벌을 전면 금지한 탓에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를 무시하거나 반항하는 등 교실에서의 혼란이 잇따르고 있다”며 “체벌이 아니더라도 문제 학생의 행동을 즉시 제재할 수 있는 벌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이런 두루뭉술한 대안으론 교실 붕괴 현상만 심해질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