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 쑥쑥] 명사가 전하는 나눔 이야기
기사입력 2010.11.12 00:29

동정심은 '접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후원해요

  • 여러분은 거리에서 동냥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줘야 할지 고민해본 경험이 있나요? 내가 후원하는 아프리카 친구는 얼마나 행복해졌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나눔에 관한 이런 고민에 답하기 위해 열세 명의 명사(名士·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람)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 4일 아름다운재단의 열 살 생일을 맞아 열린 컨퍼런스(conference·회의)에서요. 이날 세 분의 강사가 던진 ‘나눔’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소년조선일보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 안철수 KAIST 석좌교수, 이선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소년팀장, 김어준 딴지일보 대표(왼쪽부터) / 아름다운재단 제공
    ▲ 안철수 KAIST 석좌교수, 이선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소년팀장, 김어준 딴지일보 대표(왼쪽부터) / 아름다운재단 제공
    ◆안철수 KAIST 석좌교수
    “나눔은 내가 사회로부터 받은 걸 되돌려주는 일”

    나눔은 많이 가진 사람이 적게 가진 사람에게 베푸는 게 아닙니다.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입니다. 나눠주는 사람과 그걸 받는 사람은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입니다. 크게 성공한 한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그 사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 사람의 노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사회가 그 사람에게 준 기회와 여건 덕분이기도 합니다.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며, 어떤 성공도 결코 100% 개인의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받은 많은 걸 다시 사회에 되돌려줄 책임이 있어요.

    학교생활을 한번 돌아보세요. 교과서를 만들어주시는 분, 공부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맛있는 급식을 준비해주시는 영양사 선생님 덕분에 우리가 편안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사람들은 이처럼 알게 모르게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돼 많은 혜택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받은 걸 어떻게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을까요? 부모님께 받는 용돈의 일부를 기부할 수도 있겠고, 생일파티 열 돈을 아껴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도 있을 거예요. 비단 돈뿐 아니라 시간과 재능 등도 훌륭한 나눔의 소재가 될 수 있답니다. 이 중에서 여러분이 나눌 수 있는 걸 찾아 창의적인 방법으로 실천해보세요. 나눔이 더욱 풍성해지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기대해봅니다.


    ◆이선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소년팀장
    “500원은 나눔의 끝이 아니라 시작”

    500원의 기부금으로 한 어린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500원이면 얼마든지 예방약이나 주사제를 사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거든요. 하지만 어렵게 살아난 그 아이의 미래까지 해결됐다고 볼 순 없어요. 굶주림과 추위, 식수 문제 등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죠. 단순히 하나의 생명을 구하는 데 필요한 돈은 500원이면 충분해요. 하지만 그들이 인간답게 성장하려면 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500원은 나눔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이죠.

    최근 들어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를 1대 1로 후원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무척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후원받는 사람을 불쌍하게 바라보거나 가엾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거죠. 후원자 중엔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쇼핑하듯 후원 대상자로 고르는 분이 적지 않거든요. 나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상대의 인격을 모독해선 안 됩니다. 후원받는 어린이도 어엿한 하나의 인격체니까요. 그들 역시 내 친구나 형제자매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란 사실, 절대 잊지 마세요!


    ◆김어준 딴지일보 대표
    “나눔의 뿌리는 동정심·죄책감이 아닌 따뜻한 마음”

    예전에 터키 여행길에서 한 아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배가 무척 고파 보여서 제가 먹으려고 싸온 샌드위치를 나눠줬어요. 그 아이가 샌드위치를 하도 빨리 먹어치워 제가 먹으려던 분량까지 내어주게 됐죠. 비록 말은 하나도 안 통했지만 우리는 각자의 언어와 손짓으로 한참 동안 대화를 했답니다.

    헤어질 시간이 됐는데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나중엔 배낭과 비상금까지 쥐여주고 헤어졌습니다. 그 아이가 불쌍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어요. 그냥 ‘사람 대(對) 사람’으로 마음이 통한 거죠. 그 아이에게 감정 이입이 됐던 겁니다.

    그때 이후 ‘나눔은 공감(共感)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를 온전히 이해하는 감정을 말합니다. 물론 돕지 않는다고 해서 죄짓는 기분을 느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나눔은 동정심이나 죄책감이 아닌 따뜻한 마음에서 출발하는 거니까요.


    [그림으로 보는 나눔] 나눔을 하면 기쁩니다


  • 경기 고양 행신초등학교 3학년 오정미
    ▲ 경기 고양 행신초등학교 3학년 오정미
    [어린이나눔클럽 Tip] 내가 가지고 있었던 ‘나눔’에 대한 편견이 있나요? 이 기사를 읽고 느낀 점을 부모님과 함께 얘기해보세요.

    ※멤버십 어린이 나눔교육프로그램-아름다운재단 어린이나눔클럽 www.bf1004.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