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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샐러드’예요. 몸에 필요한 각종 음식 재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샐러드처럼 동요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요에 너무 많은 걸 담으면 어린이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죠. 반면, 영양가가 너무 없으면 가요와 다를 바가 없어요.”
이 소녀, 동요에 대한 생각이 여느 어른 못지않게 깊고 진지하다. 하지만 코코아를 좋아하고 얘기 도중 해맑은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영락없이 천진난만한 어린이다. 지난 6일 열린 2010 KBS 창작동요제에서 ‘내 손은 바람을 그려요’(박윤희 작사·정보형 작곡)란 곡으로 대상을 받은 최여완 양(경기 안산 시곡초 6년) 얘기다. 뛰어난 곡 해석력과 노련한 무대 매너로 큰 상을 거머쥔 최양을 대회 이튿날인 지난 7일 만났다.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작은 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은 몇 번 있지만 이렇게 큰 상은 처음이거든요. 사실 상 탔다는 기쁨보다 시상식 도중 울어버린 제 모습을 친구들이 보고 놀리진 않을지 그게 더 걱정이에요.”
워낙 음악을 좋아했던 최양은 초등학교 시절 내내 노래를 즐겨 불렀다. 그러다 국악중학교에 진학해 창극(唱劇·판소리 형식을 빌려 만든 가극)을 전공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 최양은 “초등학교 졸업 전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싶어 대회에 참가했다”며 “마침 활동 중이던 중창단을 지도해주시는 정보형 선생님이 곡을 써주시겠다고 하셔서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동요 고수(高手·어떤 분야에서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들을 제치고 당당히 대상을 받은 최양이지만 처음부터 동요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친구들 대부분이 동요보다 가요를 더 좋아해요. 동요는 유치하다고 생각하죠. 저도 처음엔 동요 부르는 게 창피했어요. 하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난 다른 사람이 선택하지 않은 특별한 길을 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죠. 물론 친구들의 진심 어린 축하도 배부르게 받았고요.”(웃음)
요즘 최양은 ‘동요 전도사’를 자처한다. ‘동요엔 다른 노래에 없는 아름다운 감수성이 녹아 있고 교훈도 있다’는 게 최양의 생각이다. “유치원생인 사촌 동생이 환경 보호를 주제로 한 동요를 입에 달고 다니더니, 어느 날 제게 ‘쓰레기 버리면 안 돼’라고 충고를 하더라고요. 그때 동요의 힘을 느낄 수 있었죠. 전 친구들에게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동요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참, 어른들이 해주셔야 할 일도 있어요.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동요를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양만점 샐러드같은 동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김명교 기자
kmg8585@chosun.com
KBS 창작 동요제로 대상 수상한 최여완 양 <경기 안산 시곡초 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