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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여기가 맞아?” (참새 1)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그래, 이놈들아! 여기가 바로 내 고향 볼음도다.” (대장 참새)
“우와~ 공기 좋고 경치 좋고 정말 좋다.” (참새 2)
“역시 대장이 최고야. 그런데 대장, 대체 먹이는 어디 있는 거야? (배를 움켜쥐면서) 나 지금 배고파서 다리가 완전히 새다리가 됐다고!”(참새 3)
“치, 뭐야. 그냥 누런 들판뿐이잖아, 대장. 난 그냥 도시에 있는 게 좋은데. (입맛을 다시며) 맛있는 것도 많고. 피자, 팝콘, 새우깡, 햄버거.” (참새 1)
지난 8일 인천 강화도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1시간 20분, 하얀 파도를 가르며 볼음도에 도착했다. 파란 가을 하늘과 빨강, 노랑 옷을 갈아입은 산 사이로 꼬마 배우들이 꿈을 키우고 있는 인천 서도초등학교 볼음분교가 얼굴을 내밀었다. 1906년에 개교한 인천 서도초등학교 볼음분교는 14명의 어린이가 3명의 선생님과 생활하는 섬마을의 작은 학교다. -
오전 11시 볼음분교에 도착했을 때, 마침 꼬마 배우들은 얼마 남지 않은 전국어린이연극경연대회 준비로 연기 연습이 한창이었다. ‘대장 참새’ 역을 맡은 5학년 유영현 군은 진짜 참새가 된 것처럼 조그만 입을 오므렸다 펴면서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연기에 몰입하고 있었다. 연극의 제목은 ‘사랑으로 내리는 비’. 연극 지도를 담당하는 인경훈 선생님이 조성자 작가의 동화 ‘겨자씨의 꿈’에서 영감을 얻어 직접 각색한 작품이다.
볼음분교 어린이들이 연극을 접하게 된 건 2년 전, 인경훈 선생님이 볼음분교로 전근을 오면서부터다. 인경훈 선생님은 “볼음도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적다”며 “어린이들이 가진 끼를 마음껏 발산하게 해주고 싶어 연극 지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나면 14명의 꼬마 배우들은 조그만 강당에 모여 연극 놀이를 즐긴다. 선생님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다음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상상해 즉흥 연기를 펼치고, 이야기 속 주인공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의견을 나누는 식이다.
“처음엔 친구들 앞에 나서는 게 익숙하지 않아 부끄러움을 느끼는 아이가 많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책을 읽을 때도 주인공의 상황에 감정을 이입할 만큼 발전했어요. 연극을 접하면서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는 데 익숙해져 남을 어떻게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는지 터득하게 된 건 또 다른 수확이죠.”
14명의 어린이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면서 참는 법을 배웠고, 장면이 바뀔 때마다 의상을 갈아입는 친구를 도와주며 협동심을 기를 수 있었다. 수줍음을 타던 어린이는 무대 위에서 담력을 키운 덕분에 ‘발표력 짱’, ‘자신감 짱’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참새’를 연기하는 4학년 박건률 군은 “연극을 하면서 친구들과 사이가 가까워져 이젠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엄마 벼’ 역할의 4학년 박유진 양도 “연극이 정말 재밌어서 연극 연습할 시간만 손꼽아 기다린다”며 연극 예찬론을 펼쳤다. -
연극 놀이로 ‘연기의 맛’을 알게 된 꼬마 배우들은 대외적으로도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처음 출전한 제20회 인천광역시 교육감배 어린이연극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제18회 전국어린이연극경연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것. 얼마 전 열린 제21회 인천광역시 교육감배 어린이연극경연대회에서도 금상을 수상해 ‘섬마을 아이들의 힘’을 보여줬다.
오늘(11일), 섬마을 배우들은 또 한번 도전에 나선다. 서울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제19회 전국어린이연극경연대회에 인천 대표로 출전하는 것. ‘아기 벼’ 역할을 맡은 4학년 이호진 양은 “친구들과 열심히 연습한 만큼 이번엔 더 잘해서 꼭 1등을 하고 싶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얀 구름’ 역할을 맡은 1학년 박건준 군과 ‘바람’ 역의 5학년 오민혁 군은 “연극이 끝나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며 오랜만의 육지 나들이에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섬마을 학교에 '연극 꽃'이 피었습니다
볼음도=김명교 기자
kmg8585@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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