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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아야 공부도 잘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어떻게 놀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어린이는 공부할 때도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요즘 강조되는 ‘자기주도학습’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잘 노는 모범생’ 윤준 군과 이새봄 양의 사례를 통해 알아봤다.
◆“한바탕 땀 흘리면 공부 집중력도 높아져요”
서울 동산초등학교 5학년 윤준 군은 운동 마니아다. 시간이 날 때마다 운동장으로 달려가 친구들과 축구를 즐긴다. 주말엔 친척과 온 가족이 편을 나눠 야구 시합을 한다. 공부하다가 집중이 잘 되지 않을때면 어김없이 옆구리에 보드를 끼고 운동장으로 향한다.
“하루 종일 공부와 숙제를 하다 보면 많이 지치고 힘들어요. 그럴 땐 운동을 하죠. 집 앞 운동장에서 동생과 공을 차기도 하고, 보드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쌩쌩 달리기도 해요. 땀이 나고 힘들지만 운동 후 느끼는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어요. 열심히 뛰놀다 보면 다시 에너지가 샘 솟는 것 같아 공부 의욕이 절로 생기죠.”
윤군은 차 안에서 틈틈이 게임하며 여가시간을 보내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밖에 나가 노는 시간이 길다. 시험을 앞두고 동네 친구들을 모아 신나게 야구를 즐기기도 한다. 주변에서 “저렇게 놀고 공부를 잘할 수 있어?” 란 질문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윤군의 성적은 항상 ‘맑음’ 이다. 모든 과목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 어머니 장지윤 씨(40세)는 “스스로 놀 때와 공부할 때를 결정하다 보니 공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며 “잘 노는게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더라”고 귀띔했다.
“처음엔 나가 놀기 좋아하는 아이를 보고 걱정했어요. 다른 아이들은 학원이다 뭐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공부에 몰두하는데 뒤처지면 어떡하나 생각했죠. 하지만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 한바탕 놀고 오면 아이가 평소보다 침착해지고 집중력도 높아지더라고요. 자연히 오랜 시간 공부에 몰두하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죠.” -
◆“과학교실서 실험하며 스트레스 확 날려요”
흔히 ‘논다’ 라고 하면 밖에 나가 열심히 뛰며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떠올린다. 하지만 서울 봉천초등학교 5학년 이새봄 양의 경우는 좀 다르다. 관심 있는 분야와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놀기 때문이다.
“과학 큐레이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방학 땐 주니어 큐레이터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주말이면 과학 교실에 가요. 친구들 앞에서 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활동지도 만들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죠. 친구들은 ‘그게 어떻게 노는 거냐’ 라고 해요. 하지만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꿈과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 누구보다 잘 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양은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스스로 결정한다. 틈틈이 좋아하는 판타지·역사·고전 소설을 읽고 주말엔 과학 교실에 가는 식이다. 어머니 방명임 씨(45세)는 “만약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었다면 아이가 금방 싫증 냈을 것” 이라며 “새봄이가 도움을 청하기 전까진 묵묵히 곁에서 지켜보기만 한다”고 말했다.
진로와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여가시간을 보내다 보니 학습에 대한 이양의 호기심은 더욱 높아졌다. 무엇보다 시간을 내어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과학 교실에서의 발표 경험 등이 쌓이며 발표 능력과 언어 구사력이 발달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어떤 친구는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또 어떤 친구는 노래를 부르면서 휴식을 취하죠.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모두 다르니까요. 친구들도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나만의 취미생활’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놀 줄 모르는 아이들] <下> '잘 노는 모범생' 윤준·이새봄 사례
김명교 기자
kmg8585@chosun.com
여가생활 스스로 선택하니 잘 노는 모범생 되더라
윤준 군 - "친구들과 신나게 보드 타면 스트레스 없어지고 공부 의욕 쑥"
이새봄 양 - "장래 큐레이터 꿈 꾸며 과학 교실서 실험하며 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