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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 4일(이하 현지 시각)6000억 달러(약 600조원) 규모의 양적완화(量的緩和·quantitativeeasing) 정책을 발표했다.
양적완화란 △기준금리(金利·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가 제로(0)에 가깝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금리를 낮춰 돈을 풀 여지가 없을 때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 국채(國債·중앙정부가 돈을 빌리고 발행하는 빚 문서) 등의 자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통화정책을 말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도입은 지난 2008년 이후 두 번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당시에도 1조7000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미국은 이번 2차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경기(景氣·경제활동 상태)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채를 매입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은행들이 금리를 내리고 대출을 확대하면 기업은 투자할 돈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고 개인은 이자 부담을 덜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로 세계 각국의 대미(對美) 수출엔 빨간불이 켜졌다. 달러화가 시장에 많이 풀리면서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날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미국의 이번 조치는 세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도 “환율의 지나친 변동은 세계 경제와 금융을 불안하게 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5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달러 가치 하락으로 미국 내 브라질 수출품의 가격이 오르는 걸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업계에 비상이 걸리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미국 돈 1달러가 우리나라 돈 1000원에 해당하고, 국내 신발 제조업체가 켤레당 1달러짜리 운동화를 미국에 수출한다고 가정해보자.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를 시중에 풀어 1달러가 1000원에서 900원으로 떨어지면 이 기업이 운동화 한 켤레를 팔아 버는 돈 역시 900원으로 줄어든다. 수익이 감소하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1달러만 주면 살 수 있었던 운동화 가격이 환율차이만큼 올라가기 때문에 선뜻 지갑을 열지 않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값이 비싼 상품일수록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경제뉴스] 美 '양적완화'로 세계 경제 출렁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달러 하락으로 국내 수출품 가격 경쟁력 떨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