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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관아, 이쪽으로 패스(pass)해!”
“자, 받아. 얼른 슈팅(shooting)해!”
지난 2일 오전 서울 두산초등학교 4학년 1반 체육시간. 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체육관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 반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플로어볼(floorball)’ 경기가 막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스틱(stick)을 쥔 어린이들의 얼굴이 기대와 설렘으로 발그레해졌다. -
“먼저 경기하고 싶은 6명씩 짝을 지어볼까?”
체육 담당 정은숙 선생님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어린이들이 짝을 이뤄 앞으로 달려나갔다. 팀이 정해지자 24명 전원이 빨간색과 파란색 유니폼을 나눠 입었다. 경기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체육관에 울려 퍼지자 스틱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은 공을 따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체육관 곳곳을 누볐다. 5분도 안 돼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숨을 헐떡거리던 한 어린이는 벤치에 앉아 있던 어린이와 손을 부딪치며 자유롭게 ‘선수 교체’를 했다.
두산초 플로어볼 수업은 올 2학기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시가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7560+ 운동’의 시범학교로 선정된 이후부터다. ‘7560+ 운동’은 ‘일주일 중 5일 이상, 하루 60분씩 운동을 하자’는 뜻. 특히 이 학교는 ‘뉴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최근 ‘뉴스포츠 협력학교’로도 선정됐다.
류승현 두산초 교장 선생님은 “기존 체육 수업은 몇몇 학생들만 따라 할 수 있어 다 같이 즐기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플로어볼 등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몇 가지 뉴스포츠 종목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두산초의 플로어볼 열기는 기대 이상이다. 지난 8월엔 플로어볼 국가대표 선수를 초청해 특별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봉은초등학교에서 열린 초등학교 플로어볼 친선경기에선 저학년(3~4학년)부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플로어볼의 매력에 푹 빠진 어린이들은 체육 수업시간 외에도 틈틈이 친구들과 팀을 꾸려 플로어볼 연습을 해오고 있다. 두산초 우승의 주역이자 MVP(최고선수상)의 주인공인 박성현 군(4학년)은 “경기 중 골을 넣을 때 느끼는 쾌감은 축구 못지않다” 말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대부분의 어린이는 플로어볼의 또 다른 매력으로 ‘비만 예방’을 꼽았다. 이태관 군(4학년)은 “플로어볼을 한번 하고 나면 땀으로 얼굴이 범벅된다”며 “실컷 땀 흘린 후면 늘 배가 고파지는 걸 보니 다이어트 효과 하나는 만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은숙 선생님은 “축구나 야구는 실력이 뛰어난 몇몇 학생에게만 한정된 스포츠여서 여학생 등 나머지 학생이 수업에서 소외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반면 플로어볼은 운동량이 다른 종목 못지않으면서도 여자 아이들도 쉽게 익힐 수 있고 체력도 키울 수 있어 가르치면서도 흐뭇하다”고 말했다.
플로어볼
하키의 일종. 실내 체육관이나 농구장 등 평평한 바닥(마루·우레탄)에서 플라스틱 스틱과 볼을 사용해 상대 골대에 공을 집어넣는 경기다. 두 팀이 경기를 치러 정해진 시간 동안 많은 점수를 얻으면 승리한다. 간편한 운동복 차림에 스틱·볼·골대만 있으면 공간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다. 공간 크기에 따라 인원 수를 조정할 수 있으며 선수 교체도 쉽다. 하키와 달리 격렬한 몸싸움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다칠 우려가 적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놀이 즐기며 비만도 잡고! "플로어볼 짱이에요"
김재현 기자
kjh10511@chosun.com
두산초의 특별한 체육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