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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동안 하루도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모두 재미있는 놀이였다.”
미국의 유명한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1847~1931년)의 명언이다. 1000종이 넘는 특허를 갖고 있는 ‘발명의 왕’ 에디슨에게 발명과 놀이는 다른 개념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도 에디슨의 이 말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사람이 있다. 에디슨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의 손을 거친 학생들의 발명품은 1000건을 훌쩍 넘어섰다. 에디슨을 꿈꾸는 학생들의 든든한 ‘발명 도우미’라고나 할까? ‘발명은 공부가 아닌 놀이이며 어린이의 창의력을 키우는 최고의 활동’이라고 말하는 노회현 선생님(35세·전북 고창 삼인발명교실)이 그 주인공이다. -
◆고창을 ‘발명도시’로 만든 1등 공신
지난 8일 전라북도 고창군 선운사 자락에 위치한 삼인발명교실을 찾았다. 지리산을 병풍처럼 두른 이곳은 ‘발명 교실’보다 ‘자연학습장’이 어울릴 정도로 주변 풍경이 빼어났다.
“원래 이곳은 폐교(廢校·운영이 폐지돼 문 닫은 학교)였어요. 전북도교육청에 ‘발명교실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한 후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됐죠. 전 여기서 근무하는 첫 번째 교사이고요.”
노 선생님이 삼인발명교실 ‘1호 선생님’으로 뽑힌 덴 이유가 있다. 고창 선동초등학교에 발령받은 지난 2003년 이후 7년간 전북 고창군을 ‘발명 도시’로 발돋움하게 한 주역이 바로 노 선생님이었다. 2008년엔 최다 발명교육 지도 사실이 한국기록원의 인증을 받아 기네스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고창군 내 14개 초등학교에서 펼쳐지고 있는 ‘1학교 1특허 갖기 운동’도 노 선생님의 노력으로 결실을 거둔 것이다. 노 선생님은 “발명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시작한 일이 점점 꽃을 피우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꼬마 발명가’ 돕는 키다리 선생님
노 선생님은 자신을 ‘발명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학생들의 특허 출원을 지원하는 교사’일 뿐이라며 자세를 낮춘다.
“대부분의 어린이는 완벽한 발명품을 내놓지 못합니다. 특허나 실용신안 등록까지 가긴 더 힘들죠. 하지만 이들은 종종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그 아이디어를 발명품으로, 특허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역할이죠.”
노 선생님의 도움으로 몇몇 학생은 자신의 발명품을 ‘돈’으로 바꾸는 흔치 않은 경험도 했다. 한 초등 2학년 어린이는 노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학습용 골전도 헤드폰’으로 특허를 출원한 후 연 59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발명에 관심 있는 어린이들도 막상 발명이 특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합니다. 특허를 등록하면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거든요. 특허로 올리는 수익도 그 권리 중 하나죠.
◆“발명영재학교 설립이 마지막 목표”
노회현 선생님의 목표는 전국에 발명영재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발명교육을 통해 어린이의 창의력을 일깨워주는 건 물론, 갈수록 중요해지는 특허교육도 시키고 싶은 생각에서다. “현재 발명교육은 특정 대회를 앞두고, 혹은 입시에서 도움을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발명가를 꿈꾸는 어린이를 지속적으로 교육시키려면 발명영재학교 형태의 특화된 교육기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노 선생님과 헤어지며 ‘발명 잘하는 비결’을 물었다.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무슨 일이든 억지로 할 때보다 즐기면서 할 때 더 잘됩니다. 발명도 마찬가지예요. 관심 있는 분야를 즐겁게 파고들며 새로운 걸 발견하고 배울 수 있다면 누구나 훌륭한 발명가가 될 수 있습니다.”
"즐길 줄 알아야 발명도 잘 되더라"
고창=김재현 기자
kjh10511@chosun.com
'꼬마 발명가'들의 특허 출원 돕는 노회현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