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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쓴 글만 보다가 내 이름으로 된 기사를 보니까 무지 기뻤어요.”
3년 전 일을 떠올리는 박건하 양(서울 대모초등 6년)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마치 엊그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듯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였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건하가 소년조선일보 명예기자 활동을 시작한 건 3학년 1학기였지만 건하 기사가 신문에 실린 건 그해 10월 초였기 때문이다. 본인 이름이 쓰여 있는 지면을 받아들기까지 무려 1학기 이상이 걸린 것이다. 오래 기다린 만큼 성취감도 컸다. ‘이왕 시작한 일 열심히 해보자’ 는 의욕이 샘솟았다. 그 기쁨과 각오를 잊지 않기 위해 건하는 그날 신문을 코팅해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
건하는 2학년 때부터 소년조선일보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이제 너도 세상일을 알아야 하고 지식을 넓혀야 한다”며 부모님이 권유해준 신문이었다. 명예기자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건 구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명예기자 페이지를 보면서 ‘명예기자 박건하’ 를 상상하곤 했단다.
하지만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취재원에게 질문을 던지기 전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걱정부터 앞섰다. 원고지 1매짜리 기사 한 꼭지를 쓰려면 40~50분씩 끙끙 앓으며 매달려야 했다. 어쩌다 채택돼 기사가 신문에 실려도 단어 몇 개를 제외하곤 통째로 고쳐져 있었다.
하지만 건하는 실망하지 않고 다듬어진 문장을 몇 번씩 읽으며 기사 작성법을 익혔다. 덕분에 이젠 원고지 2~3매짜리 기사 한건을 작성하는 데 10~20분이면 충분해졌고 신문에 실리는 기사 형태도 거의 원문 그대로일 만큼 실력이 늘었다. 3학년 2학기 ‘모범기자상’과 5학년 2학기 ‘우수기자상’ 수상은 그런 노력의 결과였다.
내친김에 올해는 청와대 명예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건하는 “소년조선일보 명예기자 활동을 통해 기사 쓰는 법을 제대로 익혀 청와대 명예기자 활동도 그리 어렵지 않다”며 “지난 9월엔 그곳에서도 우수기자상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기자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건하는 얼마 전 일을 떠올렸다. “처음 보는 4학년 후배가 ‘박건하 언니 맞죠?’ 라고 묻더니 소년조선일보 명예기자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꼬치꼬치 묻더라고요.” 학교 운동회 소식을 알린 기사가 신문에 실렸을 때 교장 선생님이 아침 조회 시간에 전교생 앞에서 칭찬해주신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 상담가를 꿈꾸던 건하는 최우수명예기자상 수상 소식에 더할 나위 없이 기뻐했다. “기사 쓰는 게 하도 재밌어서 요즘은‘기자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내심 최우수 명예기자상을 기대하긴 했어요.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좋은데요?”(웃음)
최우수 명예기자 박건하 양 "다듬어진 내 기사 보며 기사 쓰는 법 익혔죠"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학교 운동회 취재해 실렸을 때 전교 아침조회 시간에 칭찬받아… 올해는 청와대 명예기자 활동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