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해♡사랑해… 독도 생일이 생겨 너무 기뻐요!
김재현 기자 kjh10511@chosun.com
기사입력 2010.10.26 09:55

10월 25일은 '독도의 날' 흑석초 3학년 2반 특별수업 현장을 가다

  • “독도의 다른 이름엔 뭐가 있죠?”

    “우산도, 삼봉도, 돌섬이요.”

    “맞았어요. 우리 그럼 독도의 다른 이름들을 모아 ‘독도 프라이팬 게임’ 한번 해볼까요? 시~작!”

    “독도 그라운드 프라이팬 게임. 돌섬 셋.” 

    “돌섬, 돌섬…. 아, 틀렸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흑석초등학교 3학년 2반의 2교시 수업시간. 한 어린이의 실수에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평소 같았으면 도덕시간이 진행됐겠지만 이날은 특별한 수업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올해 처음 제정된 ‘독도의 날(10월 25일)’을 기념해 ‘독도와 친한 친구가 돼요’란 주제로 수업이 진행된 것. 김현숙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활동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 도중 TV 화면엔 독도의 실시간 영상이 비춰졌다. 어린이들은 노래 ‘독도는 우리 땅’을 따라 불렀다.

  • 서울 흑석초등학교 3학년 2반 어린이들이 독도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TV 화면을 지켜보며 독도를 향해 ‘환영 인사’를 건네고 있다.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 서울 흑석초등학교 3학년 2반 어린이들이 독도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TV 화면을 지켜보며 독도를 향해 ‘환영 인사’를 건네고 있다.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독도, 제대로 알자”… 1학기부터 특별수업
    3학년 2반만의 ‘특별수업’이 시작된 건 올 1학기 초부터였다. 김현숙 선생님은 국어 교과 단원 ‘독도의 다른 이름 알기’를 가르치던 중 생각보다 많은 어린이가 독도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 이 내용으로 수업할 땐 ‘그냥 딴 수업 하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아이들의 호응이 적었어요. 대부분이 그냥 ‘독도란 데가 있구나’ 정도의 생각만 갖고 있더라고요. 그날 이후 아이들에게 독도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해 각종 자료를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이후 3학년 2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김 선생님의 ‘독도 과외’가 시작됐다. 수업은 주로 특별활동시간과 재량활동시간에 이뤄졌다. 딱딱한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독도는 우리 땅’ 노래 부르기 △독도의 새로운 이름 알기 △‘나만의 독도 보고서’ 작성하기 △독도 그림 그리기 등 어린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내용을 준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성과는 금세 나타났다. 최용호 군은 “매주 독도 보고서를 만들며 여러 가지 사실을 배웠고 왜 다들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며 “이젠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거리가 87.4㎞란 걸 외울 정도로 ‘독도 전문가’가 됐다”며 웃었다.

    ◆“25일은 독도 생일”… 축하 아이디어 쏟아져

    “1900년 10월 25일은 당시 우리나라 왕이었던 고종 황제가 독도의 영유권(領有權·영토에 대해 해당 국가가 갖는 권리)을 확립한 날이랍니다. 110년이 지난 오늘, 그러니까 2010년 10월 25일은 처음 맞는 ‘독도의 날’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오늘은 독도에게 가장 뜻깊은 날이니까 선물을 해주면 좋겠죠? 여러분, 독도에게 어떤 선물을 해주면 좋을까요?”

    “독도에게 축하의 편지를 써요!” “독도에게 케이크를 보내 생일잔치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처음 ‘자신이 주인공인 날’을 맞은 독도에게 선물을 보내자는 김 선생님의 제안에 어린이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백소영 양은 “독도에게 줄 생일 축하 3단 케이크를 그려왔다”며 미리 준비한 그림을 꺼내놓기도 했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반 어린이들은 독도에게 줄 또 하나의 선물을 준비하느라 갑자기 바빠졌다. 각자 독도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대형 카드를 보내기로 한 것. 4~6명이 한 조를 이뤄 시작된 카드 제작 작업은 ‘독도야 사랑해’라고 적힌 종이를 한 글자씩 오려낸 후, 그 위에 축하 메시지를 적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주현 양은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앞으로 더욱 친하게 지내자”는 인사말을 남겼다.

    수업을 마친 김 선생님은 “1년 가까이 계속된 특별 수업을 통해 반 아이들 모두가 독도를 ‘친한 친구’로 여기게 된 게 가장 큰 성과”라며 “정말 친구에게 줄 선물을 만들듯 정성껏 카드를 쓰는 아이들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독도의 날은?
    10월 25일.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란 사실을 국내외에 명확히 알리고 학생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제정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와 전국 16개 시·도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청소년연맹 등이 공동으로 선포했다.

    최근 일본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기)의 날’을 제정하고 2005년부터 매년 방위백서, 외교청서 등을 통해 독도의 영유권을 표기하는 등 독도 영유권을 지속적으로 침탈해오고 있어 ‘독도의 날’이 국가적으로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25일 기념사를 통해 “독도의 날 선포를 통해 학생은 물론, 온 국민이 독도를 올바르게 이해해 명확한 논리를 바탕으로 고유 영토로서의 당위성을 당당히 밝히는 계기로 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독도는?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 떨어진 해상에 있는 섬으로 동도(東島)·서도(西島) 및 그 주변에 흩어져 있는 89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화산섬이다. 면적은 약 18만 7,554㎡다. 예전엔 우산도(于山島)·삼봉도(三峰島)·돌섬 등으로 불렀다. 독도가 행정지명으로 처음 알려진 건 1906년 울릉군수 심흥택(沈興澤)이 중앙정부에 올린 보고서를 통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