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좇는 인터뷰] 어린이 기자 윤솔 양 <제주교대부설초등 6년>
서귀포=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기사입력 2010.10.26 09:55

"유익한 정보 주는 과학 기자 될래요"
초등 3학년부터 명예기자 활동… 올해 제주지역 청소년 '우수기자상'

  • 너희들 가방엔 뭐가 들어 있니? 학교 갈 땐 책과 필기구, 그리고 각종 준비물이 가득하겠지? 그럼 휴일에 외출할 땐? 아예 가방을 챙기지 않는 친구,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넣어가는 친구도 있을 거야. 솔이(제주교대부설초등 6년·사진)는 항상 디지털카메라와 수첩, 필기도구를 들고 다녀. 학교 갈 땐 물론이고 가족과 나들이할 때, 도서관에 갈 때도 마찬가지야. 언제 어디서‘기삿거리’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지.

     

  • 서귀포=류현아 기자
    ▲ 서귀포=류현아 기자
    ◆4년째 소년조선일보 명예기자 활동

    솔이가 기자 활동을 시작한 건 3학년때부터야. 1학년 때부터 구독하던 소년조선일보에서 명예기자를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자마자 바로 신청서를 보냈어. 어릴 때부터 워낙 책을 많이 읽어 글쓰기만큼은 자신 있었거든. 게다가 그즈음 솔이는 외교관을 꿈꾸고 있었어. 우리나라는 유독 역사나 영토를 둘러싸고 중국·일본 같은 주변국과 분쟁이 많잖아?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전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데 보탬이 되고 싶었거든. 기자로서 학교나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널리 알리는 경험이 ‘장래의 외교관’ 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도 생각했어.

    ◆지역신문 청소년기자 우수상도 받아

    솔이가 처음 보낸 기사는 대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것들이었어. 그런데 실망이 컸어. 기사를 보내면 무조건 신문에 실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거든.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 기사의 완성도가 떨어져 채택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대. 더 열심히 취재하고 정성껏 기사를 썼지.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솔이는 드디어 신문에 실린 자신의 기사를 발견했어. 그때의 기분? 물론 날아갈 듯 기뻤지. 당시 경험은 솔이가 더 열심히 취재에 나선 원동력이 됐어. 그해 1학기 솔이는 ‘우수 명예기자상’을 받았단다.

    이후 솔이는 취재 영역을 조금씩 넓혀갔어. 도서관이나 박물관 행사는 물론, 도청이나 시청에서 주최하는 축제도 빠짐없이 취재했지. 정보는 어디서 얻느냐고? 도청이나 시청 홈페이지를 수시로 드나들고, 도서관이나 박물관에 갈때면 게시판과 현수막을 꼼꼼히 살펴봤대. 취재 전엔 미리 관련 기관에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하고, 보도자료를 얻는 것도 잊지 않았어. 지난해 1학기 솔이는 ‘최우수명예기자’에 뽑혔어. 한 학기 동안 보낸 기사 건수는 무려 32건! 단 두건을 제외한 모든 기사엔 직접 찍은 사진도 첨부했어. 올해는 제주의 한 지역신문이 운영하는 청소년 기자로 활동해 우수기자상도 받았대. 중·고교생과 겨뤄 이룬 2등이라고 하니 대단하지?

    ◆신문에 실린 기사 보면 겁부터 덜컥

    지금은 ‘잘나가는 어린이 기자’ 지만 솔이는 요즘도 신문에 실린 자기 기사를 확인할 때마다 덜컥 겁이 난대. 혹시라도 잘못된 내용이 있을까 봐서야. 한 번은 학교 풍물반 기사를 썼다가 항의를 받은 일이 있었어. 사실 관계가 조금 애매해 오해를 샀거든. ‘기사의 생명은 정확성’이란 걸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됐지. 기자는 시간관념이 정확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어. 현장에 딱 5분 늦었을 뿐인데 취재를 전혀 할 수 없었던 적도 있었거든.

    하지만 솔이는 어린이 기자로 활동하며 점점 기자란 직업에 호기심을 갖게 됐어. 기사 한 꼭지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직접 경험했거든. 4학년 때였나? 국립제주박물관의 ‘박물관 나들이’란 체험 프로그램을 취재한 적이 있었어. 그때만 해도 별로 알려지지 않아 정원을 미처 못 채우던 프로그램이었지. 그런데 솔이 기사가 나간 직후부터 신청하기 힘들 만큼 큰 인기를 얻게 됐어. 박물관 관계자로부터 “솔이 덕분” 이란 인사를 받았을 때의 기분, 상상할 수 있겠니?

    ◆“과학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싶어요”

    솔이는 아무리 바빠도 매일 신문을 꼼꼼히 읽어. 예전엔 큰 사건에만 흥미가 있었는데, 기자의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한 후부터 정치나 경제 같은 묵직한 분야에도 관심이 생겼대. 솔이는 나중에 과학 기자가 되고 싶대. 생물이나 화학, 환경 같은 분야에 관심이 많거든. 앞으로 10년 후쯤이면 신문에서 솔이의 이름을 만나볼 수 있을 거야. 쉽고 재미있는 ‘윤솔 기자’ 의 과학 기사를 우리 다함께 기대해보자!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조선일보 김영진 기동팀장이 '어린이 기자' 솔이에게

    "논리적 사고 키우려면 신문 사설 베껴 써보세요"

    —기자가 되려면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해야 하나요?

    “선·후배나 동료들을 보면 공대를 나오거나 어문계열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아요. 정치나 경제, 사학을 공부한 경우도 있고요. 기자는 다양한 분야를 취재해야 하기 때문에 전공보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이 중요해요. 사회 현상에 늘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기자란 직업의 장·단점을 꼽아주세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반면, 사생활이 거의 없다는 건 단점이죠.”

    —기사를 쓸 때 어떤 점을 가장 염두에 두시나요?

    “사실 확인이 가장 중요해요. 특종도 좋지만 신속하게, 알기 쉽게, 정확하게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양한 분야를 취재하다보면 가슴 아픈 일도 많을 것 같아요.

    “19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 경제 위기 땐 매일‘어느 은행 없앤다’‘ 어느 증권사 문 닫는다’하는 기사만 썼어요. 특종 경쟁에 치이다보니 어쩔 수 없었지만 가슴이 참 답답했어요. 나라 망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기사였으니까요.”

    —기자를 하기에 특히 적합한 사람이 있나요?

    “문제의식·비판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현상의 이면(裏面·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볼 줄 알아야 하고요. 글 쓰는 능력도 중요해요. 취재한 내용을 독자에게 잘 전달해야 하니까요.”

    —기자가 되고 싶은 어린이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매일 신문 사설을 하나씩 읽고 베껴 써보세요. 논리적 사고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설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매일 그날 신문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를 찾아 꼼꼼히 읽어보세요. 시를 많이 읽는 것도 좋습니다. 가장 간략하게 뜻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김영진 기자는

    1994년 매일경제신문사에 입사, 금융부·경제부를 거쳐 1999년 조선일보로 자리를 옮겼다. 경제부·사회부·산업부 등을 거쳐 현재 사회부 기동팀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