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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 예방하려면…
초등학교 2학년인 세인이는 가슴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 부쩍 엄마에게 말대답도 늘었다. 얼굴은 아직 앳되지만 같은 반 친구에 비해 키가 20㎝ 이상 커 제법 숙녀 티가 난다. 세인이 엄마는 세인이의 빠른 성장이 마냥 기쁘진 않다. 또래에 비해 너무 빨리 자라다 보니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어색해할때가 많기 때문이다. 생리를 너무 빨리 시작하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요즘은 세인이처럼 저학년 때 사춘기를 맞는 아이들을 종종 접한다. 여자아이는 평균 10세면 사춘기가 시작돼 2~3년 지속된다. 초경(初經·처음 시작하는 월경)은 초등학교 6학년 전후에 하는 게 일반적이다. 부모 세대가 가슴 발달 후 2년쯤 지난 중학교 1학년을 전후해 초경을 했던 것에 비하면 초경 시기가 1년쯤 빨라졌다. 사춘기 시작부터 초경까지의 기간도 덩달아 짧아졌다.
최근 자녀의 성조숙증 문제를 고민하는 학부모가 크게 늘었다. 성조숙증이란 신체 발육이 정상보다 빨리 진행돼 사춘기가 일찍 찾아오는 증상을 말한다. 정신적으로 아직 미숙한 상태에서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뿐 아니라 성장판(成長板·뼈가 자라는 장소)이 일찍 닫혀 정작 키가 커야 하는 시기에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문제를 낳기도 한다. 사춘기 때 키가 크지 않는 아이들은 이후 작은 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찮다. 학업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성조숙증의 가장 큰 원인은 비만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짐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일이 줄어들고 운동량이 부족해진 탓이다. 비만으로 체지방률이 높아지면 성호르몬 분비 시기가 빨라진다. 성장호르몬에 대한 내성(耐性·세균 따위에 저항하는 성질)이 증가해 성장호르몬이 제 역할을 못 하게 된다. 또 동물성 식품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성장촉진제나 항생제, 환경호르몬은 대개 지방조직에 쌓이는데 그 결과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아이가 많이 먹는다고 꾸짖기보다 동물성 지방을 과다 섭취하지 않는지 살피고 제대로 된 식습관을 형성하도록 지도하는 게 중요하다.
몸을 움직이는 운동은 비만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며 스트레스도 날려버릴 수 있다.운동을 하면 성호르몬 분비 시기가 늦어져 성장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성장호르몬 분비량도 늘어나고 성장판 자극도 많아져 사춘기를 지연시키는 효과도 있다. 요즘은 아이들이 바깥에서 뛰놀기보다 실내에서 뒹구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즐기거나 인터넷 서핑에 시간을 보내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일수록 움직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심하다.
수백 가지에 달하는 각종 환경호르몬이 인스턴트 음식, 플라스틱 용기, 화장품, 비누, 세제, 농약 등에서 쉽게 발견되고 있다. 아이들에게 성조숙증의 위험을 가져오는 일부 환경호르몬은 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 조기초경과 성조숙증을 유발시킨다. 또 생식 기관의 변형과 질환, 학습 및 행동 장애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적이 있다. 따라서 자녀의 성조숙증을 예방하려면 아이들이 환경호르몬에 노출되지 않도록 생활용품을 점검하고 일회용품 등의 사용을 자제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TV나 컴퓨터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하는 것도 중요하다. TV나 컴퓨터가 제공하는 정보 중 상당수는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자극적인 것들이다. 반면, 아이들은 그걸 분별 있게 처리하고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미처 갖추지 못했다. 능력 이상으로 과다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경험한 아이의 뇌신경은 망가진다.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뇌가 제어기능을 잃으면 성조숙증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이들 영상매체가 쏟아내는 성적자극은 아이들의 성 발달 시기를 비정상적으로 앞당길 수 있어 위험하다. 심할 경우, 자신이 본 장면을 행동에 옮김으로써 모방하려는 욕구까지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부모는 자녀가 자극적 매체에 접촉하는 걸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자녀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관심이다.
[엄마! 내 마음을 읽어줘요] '아이의 일상'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송지희 선생님의 '부모 멘토링'
"비만이 성조숙증의 가장 큰 원인… 동물성 지방 과다 섭취 주의하고 운동 통해 성호르몬 분비 늦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