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생의 학습 부담이 늘면서 기찬이네처럼 자녀와 모든 걸 함께하려는 부모가 늘고 있다. 아이가 공부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엄마가 모든 걸 뒷바라지해주는 형태가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모 입장에선 ‘사랑’과 ‘헌신’일지 몰라도 학생에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
“요즘 아이들의 공부 형태는 문제풀이 아니면 선행학습 활동입니다. 그 나이에 맞는 교육과정이 아니라 ‘그 이상’을 요구하는 부모님 때문입니다.” 이성호 교수는 공부에 치인 어린이들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으로 부모의 왜곡된 교육관을 꼽았다.
-지나치게 공부에 매달리는 어린이들을 어떻게 보시나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국에도 학업으로 지나치게 성취감을 얻으려는 어린이가 많습니다. 이 경우 당시 성적은 좋을지 몰라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내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선행학습을 너무 많이 하면 막상 해당 학년이 됐을 땐 교과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지니까요.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이어집니다. 제가 볼 때 기찬이 사례도 그런 점에서 우려됩니다.”
-자녀의 성적을 올리려는 부모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는데요.
“맞습니다. 학생보다 부모 간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생각이에요. 학생들이 경쟁 사회로 내몰리게 된 것도 그 때문이죠. 사교육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닌데도 자녀를 학원에 몇 개씩 보내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아이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사교육에만 의존하려는 부모님 때문에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학생과 학부모의 역할에 대해 귀띔해 주신다면요.
“어린이는 자기 학년에 맞는 공부를 하며 자투리 시간 활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자신의 적성을 찾아나가는 연습도 필요해요. 부모님은 자녀의 장점을 살려주고 자녀 스스로 ‘공부하는 이유’를 찾도록 도와야 합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 -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5~6학년 때 이미 사춘기에 접어듭니다. 굉장한 심리적 불안에 시달리죠. ‘무조건 하라’는 식의 교육은 오히려 자녀의 반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최미숙 상임대표는 부모와 자녀 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등생 때부터 학업 스트레스를 겪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데요.
“특목고 진학이 목표인 아이들은 초등 5·6학년 때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초등생 때부터 성적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니 부모 입장에서 무척 안타깝습니다. 이 시기에 사춘기가 시작되는 어린이가 많아 심리적 부담감이 커지는 문제도 걱정이고요.”
-초등 고학년 자녀와 부모의 갈등은 왜 생기는 걸까요?
“학교는 물론, 학원에서도 사방이 경쟁자인 아이들의 심리적 압박감은 상당합니다. 실력이 충분하지만 부담감에 눌려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부모님은 학원에 보내도 성적이 안 오르는 자녀에게 ‘공부 안 한다’며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입장 차가 생기는 거죠.”
-이 시기 자녀를 둔 부모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요?
“은근과 끈기를 가지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자녀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며 성장통을 겪는 과정을 지켜봐 주세요. 아이의 고민과 즐거움을 대화로 함께하는 ‘친구 같은 부모’가 되는 게 좋습니다.”
[기획 취재_공부에 치인 어린이들] ② 전문가 진단과 해결방안
김재현 기자
kjh10511@chosun.com
"지나친 선행학습 아이 망쳐… '적성' 공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