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좇는 인터뷰] 미래의 환경운동가 송건군 <인천 연성초 6년>
인천=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기사입력 2010.10.19 09:43

"전기 덜 먹는 '친환경 어항' 만들거야"
열대어 키우며 환경문제 눈 떠…세계회의서 니모 번식법 발표도

  • 너희가 제일 좋아하는 건 뭐니?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 아니면 책 읽기? 건이(인천 연성초등 6년)는 물고기를 제일 좋아해. 수족관 앞에만 서면 한두 시간은 눈 깜짝할 새 흘러가버린다고 하니 어느 정돈지 알 만하지? 보는 것만 좋아하느냐고? 아~니. 집에서 직접 기르기도 하고 번식도 시켰대. 요즘은 물고기도, 사람도 위하는 친(親)환경 어항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야.

    ◆물고기만 보면 행복해지는 아이

    건이는 매년 여름이면 일본에 가. 외가가 시코쿠 에히메 현의 작은 섬마을에 있거든. 유치원 때 여름이었을 거야. 외삼촌은 오랜만에 본 조카를 위해 물고기를 잡아오셨어. ‘성대’란 이름의 바닷물고기였는데, 어린 건이는 깜짝 놀랐어. 지느러미가 새 날개처럼 큰 것도 신기했지만 배 쪽에 난 여섯 개의 다리로 걸어 다니는 물고기는 난생처음이었거든.

    집에 돌아온 후부터 건이는 달라지기 시작했어. 엄마 따라 대형 마트에만 가면 수족관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기 일쑤였고,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헤엄칠 때마다 넋을 잃고 바라봤지. 놀이터에 간다고 나간 건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부모님이 으레 대형 마트 수족관 코너로 건이를 찾아 나설 정도였어.

    수족관 앞에서 무려 여섯 시간이나 서 있었던 적도 있어.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로 유명해진 블루탱을 너무나 갖고 싶었거든. 하지만 이미 물고기를 사는 데 많은 돈을 투자한 아빠는 안 된다고 하셨어. 건이는 고집을 부렸지. 아빠는 건이를 마트에 내버려두고 혼자 집으로 가셨단다. ‘제풀에 꺾여 포기하겠지’라고 생각하신 거야. 하지만 건이는 꿈쩍도 안 했어. 수족관 아저씨가 손님에게 해주는 얘기도 듣고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도 해가면서 꿋꿋하게 수족관을 지켰거든. 결국 아빠가 졌어. 여섯 시간 후 수족관으로 돌아오셔서 블루탱 세 마리를 사주셨으니까.

  • ◆“물고기에게 무슨 감정이냐고요?”

    건이가 처음 키웠던 물고기는 제브라다니오나 구피 같은 초보자용 열대어였어. 그저 먹이를 주고 바라봐주는 정도였지만 물고기를 대하는 마음만은 진심이었어. 먹이 한번을 주더라도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거든. “잘 있었니? 남김없이 맛있게 먹어야 해!” 다정하게 말 건네는 걸 잊지 않았어. 하지만 그러면서도 물고기가 자기 말을 알아들을 거란 생각은 안 했대.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외가에 다녀올 때마다 물고기들이 죽어나가는 거야. 심할 땐 여덟 마리였던 물고기가 두 마리만 남은 적도 있어. 먹이를 안 준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 사건 이후 건이는 ‘물고기도 감정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어. 늘 애정을 갖고 대해주는 주인이 있어야 물고기도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갖는다고 생각하게 된 거지. 덕분(?)에 건이는 외가 나들이 때마다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워 엄마한테 꾸중도 많이 들었어.

    키우던 물고기가 죽는 건 건이에게 너무 가슴 아픈 일이야. 한땐 물고기보다 생명력이 강한 다른 동물을 키워볼 생각도 했지. 앵무새·카멜레온·거북. 하지만 결국 물고기로 돌아왔어. 종류도 다양하고, 관찰하기 편하고, 번식도 쉬운 게 물고기거든. 암만해도 건이와 물고기는 천생연분인가 봐.

    ◆니모 번식법으로 세계회의에서 발표

    좋아하는 친구가 생기면 그 친구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싶잖아. 건이도 마찬가지였어. 물고기를 좋아할수록 궁금한 게 자꾸만 늘어났으니까. 건이네 집엔 물고기 관련 책이 한두 권씩 쌓여갔어. 나중엔 국내 책도 모자라 외할머니께 부탁해 일본 책까지 구해 봤단다. 물고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일어·영어 실력도 저절로 늘게 됐어.

    그런데 사실 요즘 건이는 기분이 별로야. 물고기에 대해 공부하며 가슴 아픈 현실을 알게 됐거든. 환경오염으로 이미 멸종됐거나 멸종 위기에 빠진 물고기가 너무 많다는 소식이었어. 충격이었지. 건이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를 알게 됐어. 내친김에 그해 대전에서 열린 UNEP 주최 ‘툰자 세계어린이·청소년환경회의’에도 참석했지.

    전 세계 어린이들과 환경 문제를 토론하는 그 자리가 건이에겐 무척 인상 깊었어. 그 덕분일까? 건이는 한국 대표 네 명에 뽑혀 이번 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올해 행사에도 참석해. 이번에 발표할 내용은 ‘니모(클라운피시)’ 번식법에 관한 거야. 지난 추석 때 제주도 한국해수관상어센터에 갔다가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준비했대. 물고기 번식에 관심 있는 이유가 뭐냐고? 많이 번식해야 멸종 가능성도 낮출 수 있잖아.

    ◆어른 못지않은 ‘어린이 환경운동가’

    요즘 건이의 관심사는 온통 친환경 어항에 쏠려 있어. 집에서 물고기를 키우려면 전기세가 제법 많이 나오거든. 산소공급기를 24시간 작동시켜야 하니까. 그 돈이 아까운 사람들이 산소공급기 사용을 꺼리면서 집에서 키우는 물고기가 많이 죽곤 하지. 건이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어. ‘산소공급기 없이도 물고기가 잘 사는 어항은 없을까?’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야. 실패도 수차례 했지만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대.

    건이의 꿈은 환경운동가야. 물고기를 키우고 공부하며 ‘자연이 파괴되면 인간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게 됐거든. 아직 어리지만 벌써부터 몸소 환경운동을 실천하고 있어.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땐 절대 비닐봉지를 받지 않고 1회용품도 되도록 쓰지 않아.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먹다 남은 약은 쓰레기에 흘러들어 가지 않도록 모아뒀다 약국에 갖다준단다. 어때, 환경 사랑이 웬만한 어른들보다 훨씬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