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쓴 얘기'도 달게 듣겠습니다
기사입력 2010.10.18 10:01

최혜원 편집장

  • 최혜원 편집장
    ▲ 최혜원 편집장
    #1.

    “저희 아이가 하도 책 읽는 걸 싫어해 얼마 전부터 소년조선일보를 구독하고 있는데요. 한참 동안 신문을 쳐다도 안 보던 아이가 어느 날 신문을 펴놓고 뭔가 끼적이고 있더라고요. 그런 일은 처음이었어요. NIE 지면이었는데 다른 날과 달리 빈칸이 그려져 있더군요. 앞으로도 NIE 지면에 빈칸을 좀 많이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2.

    “어느 날 아이가 어린이신문을 받아보고 싶다기에 큰맘 먹고 소년조선일보를 구독해줬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아이가 눈을 신문에 바짝 대고 뭔가 읽고 있더군요. ‘사기’란 역사만화였어요. 그런데 어린이신문에 실린 만화치곤 글자가 너무 작고 번짐 현상도 있던데요. 신문 읽으려다 아이 눈까지 나빠지겠어요. 조치를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소년조선일보 편집실엔 하루에도 이런 전화가 몇 통씩 걸려옵니다. 영어 퀴즈 정답은 어디서 맞혀봐야 하냐, 일자 NIE를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문예상에 원고를 보내는 방법 좀 알려 달라. 꽉 막힌 사무실에 앉아 매일 전쟁 치르듯 신문을 만들다 보면 정작 독자의 존재를 잊기 일쑤거든요. 그런 제게 이런 전화는 ‘우리 여기 있다’는 독자의 손짓 같아 가뭄의 단비처럼 반갑습니다.

    물론 늘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가끔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저희 입장을 몰라주시는 것 같아 속이 상하거든요. ‘질책만 하지 말고 가끔은 칭찬과 격려도 좀 해주셨으면’ 서운한 맘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 날은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괜한 짜증이 늘곤 합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니 독자에게 걸려오는 전화 한 통 한 통이 그저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시중에서 쉽게 사기도 힘든 소년조선일보를 구독하면서, 오랜 시간을 투자해 꼼꼼하게 읽고,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 문제점을 알려주시는 거잖아요. 돈 주고도 모시기 힘든 ‘열혈 모니터링 독자단’을 얻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만화 ‘사기’의 활자가 작다는 전화가 걸려온 바로 그날, 편집실은 해당 만화를 펴내는 출판사와 협의해 그림을 덜고 글자를 키워 그 주분 만화를 내보냈습니다. 새로 생긴 빈칸을 활용해 만화 속 한자어를 복습하는 코너도 신설했습니다. 독자 전화 덕분에 한결 시원하고 눈이 편안한 지면이 완성된 거죠.

    앞으로도 소년조선일보는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칭찬이든, 비판이든 상관없습니다. 저희에게 할 얘기가 있으시면 주저 말고 연락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