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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용현남초등학교 자월분교(분교장 김희중) 운동장에 서니 바다냄새가 바람에 실려왔다. 떨기나무(키가 작고 원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으며 밑동에서 가지를 많이 치는 나무)를 촘촘히 심어놓은 울타리 앞에선 개펄과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2학년 고준학·강연주, 3학년 이보원, 4학년 강연미·김해림·이가연, 6학년 이가을·강연지. 여덟 명이 학생의 전부인 ‘미니 학교’ 의 가을 풍경이다.
자월분교가 위치한 자월도는 인천에서 54㎞ 떨어진 섬이다. 인천국제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가량 바닷길을 달려야 도착한다. 학교 주변에 변변한 문방구 하나 없어 학기 초마다 아이들이 쓸 연필이며 지우개를 사기 위해 선생님이 인천시내 문구점을 찾아야 한다.
학생 수가 너무 적어 급식은 상상조차 못한다. 아이들의 점심식사를 책임지는 건 동네 식당이다. 관사(官舍·교사에게 빌려주는 학교 소유집)에 살고 있는 세 선생님은 밥과
반찬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김희중 분교장 선생님은 “불편하지만 덕분에 아이들과 어울려 식사하는 기회는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
자월도는 모두 열세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사람이 사는 섬은 네 개. 나머진 무인도다. 총 면적은 16.12㎢. 주민을 다 합해도 429명밖에 안 된다. 섬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이곳 주민들도 외로움을 많이 탄다. 가끔 찾아오는 관광객을 빼면 외부인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월도에서 자월분교의 존재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우리 학교 체육대회는 마을 축제예요. 행사를 준비할 일손이 부족할때면 품앗이처럼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거들어주신답니다.” 오진환 선생님은 “이 동네는 자월분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일종의 지역공동체”라고 말했다.
학생도, 선생님도 적다 보니 서로간의 협동심도 대단하다. 오 선생님은 “학생과 교사를 다 합해야 열한명밖에 안 돼 한 명이라도 빠지면 그 자리가 너무 크게 다가온다” 며 “서로서로 소중히 여겨서인지 자연스레 최고의 팀워크가 만들어지더라”고 말했다.
자월분교엔 최근까지 이렇다 할 특별활동 프로그램이 없었다. 어느 학교에나 있는 음악수업 정도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얼마전 생긴 탁구교실 덕분이다. 이 역시 오진환 선생님의 아이디어였다. “탁구 게임은 1대1로 하는 것보다 2대2로 팀을 이뤄 하는 게 훨씬 재밌거든요. 우리 학교의 최대 장점인 협동심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했죠. 아이들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요.”
아직 얼마 안 됐지만 벌써 교내 ‘챔피언’ 도 탄생했다. 6학년 강연지양이 그 주인공. “친구나 동생, 선생님들과 땀 흘리며 게임을 하는 기분최고예요. 이기면 더 즐겁죠.” 이 학교 막내인 고준학 군(2년)도 요즘 탁구 하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형·누나에게 배운 탁구 실력이 놀랄 만큼 늘고 있다는 고 군은 “공부할 때도 좋지만 제일 신나는 건 형들이랑 탁구 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요즘 시골 분교들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 전학 온 학생들을 맞느라 분주하다. 깨끗한 자연을 찾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월분교는 예외다. 학교가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섬’ 이란 지역적 환경 때문에 전학생 증가로 연결되진 않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 진학을 위해 인천 시내로 이사해야 하는 부담이 만만찮다. 김희중 분교장 선생님은 “첫째 자녀의 중학교 진학을 위해 가족 모두를 데리고 뭍으로 나가는 부모님이 많아 우리 학교 학생들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학교를 떠날 때가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테마기획 | 작은 학교가 강하다] (3) 인천 용현남초등 자월분교
옹진=손정호 인턴기자
wilde18@chosun.com
"우린 눈빛만 봐도 마음 통해요"
학생 8·생님 3명인 미니 학교
점심도 선생님과 함께 '오순도순' 최고 팀워크로 학교 행사 '척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