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ㆍ다리 없는 그는 항상 '행복하다' 말하지!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기사입력 2010.10.13 10:01

'희망 전도사' 닉 부이치치의 왼발이 보낸 편지

  • 너희 혹시 한 번이라도 팔다리 없이 살아가는 걸 상상해본 적 있니? 질문이 너무 뜬금없다고? 사실 난 오늘 너희에게 아주 특별한 사람을 소개하려고 해. 팔다리 없이 전 세계를 누비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스물일곱 살 호주 청년 닉 부이치치가 그 주인공이란다.

  • 안녕? 난 닉 부이치치의
'왼발'이야. 오늘은 부이치
치에 대해 말해줄게. / 뉴시스
    ▲ 안녕? 난 닉 부이치치의 '왼발'이야. 오늘은 부이치 치에 대해 말해줄게. / 뉴시스
    ◆팔다리 없는 ‘외계인’ … 자살 생각도
    참, 내 소개가 늦었구나. 난 닉 부이치치의 왼발이야. 팔다리 없이 얼굴과 몸통만 있는 그에게 난 둘도 없는 친구지. 다리가 없는데 발은 어떻게 있느냐고? 난 보통 발이랑 좀 달라. 발가락도 두 개뿐인 데다 너무 작은 오른발 때문에 내가 거의 두 발 역할을 도맡아 하거든. 내 별명은 ‘닭발’이야. 부이치치의 여동생이 여섯 살 때 붙여준 건데 참 재밌지? 부이치치는 가끔 내 별명을 얘기하며 사람들을 웃기곤 한단다.

    부이치치는 자신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밝고 긍정적인 친구야.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란다. 어렸을 때 부이치치는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어. ‘어쩌다 이렇게 괴물 같은 모습으로 태어났을까?’ 하늘을 원망할 때도 많았지. 특히 학교 친구들이 ‘외계인’이라며 짓궂게 놀려댈 때면 더 우울해졌어.

    다른 애들처럼 냉장고 문을 열고 콜라를 마실 수 없다는 것,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없다는 사실도 부이치치를 힘들게 했어. 물에 빠져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을 정도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만하지? 내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었어. 그런데 어느 날 부이치치가 갑자기 맘을 돌렸어. 나중에 들은 얘긴데 물에 빠지려는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무덤 앞에서 슬퍼할 가족의 모습이 떠올랐대.

    부이치치는 몇 번이고 삶을 포기하려고 했어. 하지만 열세 살 때 우연히 본 신문 기사를 읽고 희망을 갖게 됐지. 휠체어를 탄 사람 이야기였는데, 나도 너무 오래전에 읽은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해. 어쨌든 부이치치는 자신 말고도 힘든 이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 이후부턴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분노하기보다 ‘이미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됐지. 이렇게 바뀐 덴 종교 덕이 컸어.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가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거든. ‘하느님이 날 이렇게 태어나게 하신 건 그분만의 특별한 계획이 있으셔서일 거야!’

    ◆“누군가에게 희망 될 수 있어 행복”
    부이치치의 인생에서 가장 멋진 순간이 언제였는지 궁금하지 않니? 어느 날, 그의 강연을 듣던 한 10대 소녀가 흐느껴 울더니 이렇게 물어봤어. “한번 안아봐도 돼요?” 그러더니 다가와서 그를 꼭 끌어안는 거야. “아무도 지금 그대로의 내 모습이 예쁘다고 얘기해 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내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어요.” 부이치치는 자신과 똑같이 팔다리가 없는 소년 ‘대니얼’을 만났던 순간도 잊지 못해. 자신이 누군가에게 희망일 수도, 구원일 수도 있다는 행복감에 가슴이 벅차올랐거든.

    나와 부이치치의 요즘 삶은 참 신나고 재밌어.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세계 곳곳에 다니며 강연 활동을 하고 있거든. 가끔은 골프·수영·파도타기 등을 즐기기도 해. 우리 특기는 ‘사람들 깜짝 놀라게 해주기’야. 비행기 좌석 위 짐칸에 숨는 수법이 대표적이지. 우리가 장난을 칠 때면 모두 한바탕 웃곤 한단다.

    우리 얘길 더 듣고 싶다고? 그럼 부이치치가 쓴 책 ‘닉 부이치치의 허그(Hug)’(두란노)을 읽어봐. 이번 달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인데 우리 얘기가 많이 담겨 있거든. 이번에 책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찾긴 했지만 좀 더 많은 친구를 만나지 못해 무척 아쉬웠어. 대신 우리의 모습이 궁금하면 TV로 만나볼 수 있어. 19일 방영되는 KBS 1TV ‘아침마당’에서 말이야.

    참, 까먹을 뻔했다! 부이치치가 소년조선일보 어린이 독자에게 꼭 전해 달라고 한 말이 있었거든. “어린이는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어린이들 스스로 그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설사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자신을 원망하지 마세요. 어려운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여러분 모두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