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마음을 읽어줘요] 매사 의욕 없고 무기력해요
송지희 부모교육전문가· '명품 자녀로 키우는 부모력' 저자
기사입력 2010.10.13 09:52

송지희 선생님의 '부모 멘토링' "작은 성공 경험으로 '자신감' 키워주세요"
목표 너무 높으면 '무력감' 생겨… 재미있고 작은 일부터 경험
'할 수 있다' 성취 의욕 심어줘야

  • 송지희 부모교육전문가
    ▲ 송지희 부모교육전문가
    초등 6학년인 한성이는 최근 시험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저학년 때까진 곧잘 하던 공부였는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성적이 계속 미끄러졌다. 요즘 한성이는 어떤 것에도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다. 한성이가 왜 이렇게 됐을까?

    ◆지나친 기대, 자녀 무기력하게 만든다

    한성이의 학습계획을 짜는 사람은 엄마다. 늘 엄마에게 끌려 다니며 공부하다 보니 하고 싶은 놀이나 운동은 엄두도 못 낸다. 고학년이 되며 한성이는 수업시간만 되면 어깨가 축 늘어진다. 툭하면 책상에 엎드리고 어떨 땐 멍하니 벽만 바라보기도 한다. 수업이 시작됐는데 교과서 꺼낼 생각도 않고 비스듬히 앉아 딴생각에 잠기기 일쑤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버거운 일이 끝없이 반복되거나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다고 여기면 희망과 의욕을 잃는다. 어릴 때 열심히 공부하던 아이가 갑자기 무기력해지는 건 그 때문이다.

    한성이 엄마의 소원은 한성이가 특목고에 입학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성이의 생각은 다르다. “공부하기 힘들어요.” 한성이는 엄마에게 하소연해보지만 엄마는 못 들은 척한다. 공부를 시키면 잘하게 될 거라고 믿는 것이다. 엄마는 한성이를 달랜다. “열심히 하면 돼. 조금만 참아.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어.”

    아이들은 공부 기계가 아니다. 전원을 연결하고 스위치를 켠다고 해서 곧장 책상 앞에 앉아 집중할 수 있는 어린이는 몇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주도적인 부모들은 이를 인정하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빠진다.

    ◆작은 성공 거듭하며 자신감부터 찾아야

    사실 한성이가 진짜 배워보고 싶은 건 농구다. 입 밖에 꺼내본 적은 없다. ‘농구는 내가 무슨.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늘 부모에 의해 조종돼 왔을 뿐 스스로 원해 성취감을 느껴본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 한성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성적을 올리는 게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며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는 것이다. 단, 목표가 처음부터 높을 필요는 없다. 작은 성공을 여러 차례 경험하며 점차 목표를 올려 잡는 게 자신감과 통제력 회복엔 훨씬 더 효과적이다. 결코 조급하게 굴 이유가 없다.

    자기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쉽게 무기력해진다. 다음 단계는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기’다. 이런 경험이 공부 아닌 다른 분야까지 확대되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우울증에 빠진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 한 학급당 우울증 환자가 최대 세 명이나 된다고 한다. 어린이 우울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결과다. 아무리 애써도 공부량이 줄지 않고 엄마가 자기 얘길 들어주지 않으면 어떤 아이든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무력감 놔두면 빈정거림·공격성 심해져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입은 마음의 상처와 무력감을 없애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힘든 일, 하기 싫은 일, 부담스러운 일, 귀찮은 일만 반복된다면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 ‘될 대로 돼라’는 식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자신을 내팽개친 아이는 매사에 자신감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감정이 타인이나 세상에 대한 막연한 피해의식으로 변질돼 매사 빈정대는 아이, 공격적인 아이로 자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무기력이 학습되듯 자신감 역시 학습으로 기를 수 있다. 자기가 원하는 즐거운 일을 하며 얻은 성취감은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초등학교 때 쌓은 자신감은 성인이 돼서도 적극적 인생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 된다. 따라서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는 잘 생각한 후 선택해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지도 않는 걸 가르치거나 선행학습을 무리하게 시켜 무기력을 학습시킬 것인가,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걸 배우게 해 자신감을 기를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