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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 군은 인터뷰 마지막에 “가장 큰 문제는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인터넷 게임 중독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지적도 다르지 않다. “알면서도 병을 키운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게임에 너그러운 사회
한국은 IT(정보통신) 강국이다. 올 2월 미국 하버드대학교 인터넷·사회연구소가 실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터넷통신망 보급률 조사에서 한국은 가구 보급률 1위를 차지했다. e-스포츠에서도 한국은 세계 1위를 자부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지나치게 인터넷과 게임에 너그러운 문화를 부추긴다”고 입을 모았다. 이형초 인터넷중독연구소장은 “어렸을 땐 컴퓨터와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다루면 칭찬하던 부모가 갑자기 게임 시간을 통제하면 아이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임 중독, 마약 중독에 버금가
지난해 12월 김상은 분당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팀은 인터넷 게임 과다 사용이 뇌 질환이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터넷게임 과다 사용자는 뇌의 안와전두엽피질 기능이 마약 중독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 부분은 뇌에서도 합리적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곳으로 기능이 떨어지면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중독에 취약한 성향을 보인다. 연구진은 “인터넷 게임 중독자의 경우 게임에 접속하지 않으면 약물 중독과 비슷한 의존·금단 증상을 보인다”고 밝혔다. -
▶신체 성장·대인 관계에도 악영향
게임 중독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신체 발달에도 큰 영향을 준다. 모니터를 오랫동안 집중해서 봐야 해 시력이 나빠지는 건 당연한 일. 구부정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고 신체 활동이 줄어들며 성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이윤희 한국청소년상담원 선생님은 “상담치료 캠프 참가자들은 대체로 키가 작고 체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사람 만나는 시간보다 컴퓨터 앞에 붙어 있는 시간이 늘면서 청소년기에 자연스럽게 익혀야 하는 대인관계를 배우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 ‘매일 조금씩 꾸준히’가 더 위험
인터넷·게임 중독에 대한 대표적 오해 중 하나가‘매일 정해진 시간에만 하게 하면 덜 해롭다’는 것이다. 많은 가정에서 부모들이 ‘하루 30분’ ‘하루 1시간’ 처럼 시간을 정해 게임과 인터넷을 사용하게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오히려 중독을 부추길 수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밥을 먹다가 안 먹으면 배고픔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말에 조금 더 오래 게임을 하는 한이 있어도 주중엔 인터넷과 게임을 아예 접하지 않게 하는 방식이 게임 조절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취미 등 대체 활동 있어야
인터넷과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못하게 하는 건 효과적 대처법이 아니다. 대안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끊어야지’ 라고 마음먹어도 마땅히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 또다시 컴퓨터 앞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상담 치료도 가족·또래 관계 회복과 체육·독서 등 대체 활동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데 무게중심이 실린다.
[특별기획] [나도 혹시 게임 중독?] (2) 문제점과 해결책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중독 이겨낼 새로운 즐거움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