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맘의 행복한 육아노트] 이불 속 옛날이야기에 상상력 '쑥쑥'
전현영
기사입력 2010.10.04 02:59
  • 전현영
    ▲ 전현영
    "옛날, 옛날에… 옛날이야기 해주세요."

    눈만 마주치면 옛이야기를 해달라는 아이의 성화에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머리가 아플 정도다. 아이가 어렸을 적부터 들려주던 이야기, 우렁이가 어여쁜 색시로 변하고 혹을 떼려다 오히려 하나 더 붙인 혹부리 영감 이야기 등 구전된 오래된 이야기를 이불을 덮고 누워, 밥을 먹다가, 또 차 안에서 어디서든 아이에게 들려주고 있다. 이 이야기가 하나, 둘 모여 이제는 아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아빠,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는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다. 그림책이 주는 것 이상의 즐거움과 매력을 가진다. 아이는 이야기를 듣고 나름대로 장면을 생각하고 상상한다. 매번 같은 이야기라도 상상 속의 그림은 결코 매번 같지 않다. 이 상상 속의 그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아이만의 그림책이 된다. 아이는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며 즐겁고 행복해진다.

    그렇게 해주는 이야기만 듣고 있던 어느 날, 아이가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동생처럼 안고 다니는 곰돌이 인형에게 "곰돌아! 내가 옛날이야기 해줄게"라며 엄마가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재연해 낸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아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야기를 나름대로 재창조한 것이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옛 어른들이 호롱불을 피워놓고 어린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장면이 떠오른다. "우리 조상님들이 얼마나 대단한 교육을 했던가…." 할머니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위를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스토리텔링' 교육법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이란 말 그대로 이야기(story)를 들려주는(tell) 활동이다. 스토리텔링은 아이에게 새로운 어휘와 표현력은 물론,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짜임새 있는 문장력을 키워준다. 또 거기에 재미를 더해야 하기에 유머감각과 재치는 빠뜨릴 수 없는 요소이다. 아이가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엄마, 아빠가 들려준 이야기를 접한 아이는 글을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힘을 얻는다. 후에 아이는 누구보다 구성력 있는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해리포터를 쓴 세계적인 작가 조앤 롤링도 어렸을 적 부모님이 들려준 이야기 덕분에 훗날 마법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다.

    스토리텔링! 말은 어렵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쉽고 편안한 교육법이다. 아는 이야기가 몇 가지 없다면 아이와 오늘 하루 무엇을 했는지 잠들기 전에 이불 속에서 말로 하루 일과를 나열해보자. 이야기의 물꼬가 터지고 대화가 자연스러워지면 여기에 짤막한 이야기를 하나 덧붙여보자.

    엄마,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쑥쑥 자라나게 해준다. 오늘 밤 아이와 함께 상상 속 이야기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