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인터뷰] 美 마블엔터네인먼트 C. B. 세블스키 부회장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만화 만들려 노력했어요"
부천=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기사입력 2010.09.20 09:41
  • 퀴즈 하나. 스파이더맨, 엑스맨, 아이언맨의 공통점은? 첫째, 모두 마블 유니버스(Marvel Universe)에 산다. 둘째, 이웃으론 판타스틱 4와 헐크 등이 있다. 셋째, 만화로 데뷔해 영화 주인공으로 전세계에 이름을 날렸다.

    체스터 B. 세블스키 마블엔터테인먼트(40) 선임 부회장이 16일 한국을 찾았다. ‘국제만화가대회&부천국제만화축제 2010(15~19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마블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최대 만화 출판사 마블코믹스를 비롯, 영화·장난감·비디오게임 등의 사업 부문을 갖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편집자이자 만화가로 영화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등을 성공시키며 전세계에 ‘슈퍼 히어로’ 열풍을 일으킨 그를 부천 만화규장각에서 만났다.



  • C. B. 세블스키 마블엔터테인먼트 선임 부회장은 자신이 편집한 스파이더맨과 엑스맨 만화책을 건네자 어린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그는 “어린 시절 내게 만화는 학교나 친구, 가족이 주는 행복과는 또 다른 행복을 줬다”며 “만화는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부천=남정탁 기자 juntak2@chosun.com
    ▲ C. B. 세블스키 마블엔터테인먼트 선임 부회장은 자신이 편집한 스파이더맨과 엑스맨 만화책을 건네자 어린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그는 “어린 시절 내게 만화는 학교나 친구, 가족이 주는 행복과는 또 다른 행복을 줬다”며 “만화는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부천=남정탁 기자 juntak2@chosun.com
    -마블 유니버스엔 어떤 영웅들이 살고 있나요?

    “이미 유명인이 된 스파이더맨, 판타스틱 4, 아이언맨이 대표적이죠. 그린 고블린, 닥터 둠, 실버 서퍼 등 이들을 위협하는 악당들도 있어요. 이 외에도 데어데빌과 뱀파이어 사냥꾼 블레이드, 고스트 라이더 등 수많은 영웅이 살고 있습니다.”

    -마블 코믹스 영웅들의 인기 비결이 있다면요?

    “사실 남성 독자가 대부분이었던 마블 코믹스는 1980~1990년대에 큰 어려움을 겪었어요. 특히 다양한 소재로 어린이와 10대, 여성 독자까지 아우르는 일본 ‘망가’와 한국 ‘만화’가 미국에 소개되면서 ‘슈퍼 영웅’ 위주의 마블 만화는 위기를 맞았죠. 이후 ‘모든 연령층을 위한 만화’(Comic for all age)를 목표로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게 됐어요.”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에 진출하고 있는데요.

    “만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어요. 어릴 때 한번 읽고 마는 대상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로 변신하면서 어른까지 점점 팬층이 넓어지고 있죠. 스티븐 킹이나 로렐 K. 해밀턴같은 세계적 소설가도 자신의 작품을 만화로 만들고 싶어할 정도로 만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어요."



  • -어떤 만화가 좋은 만화일까요?

    “무엇보다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어야죠. 하지만 만화는 작가의 목소리를 내는 도구예요. 한 젊은 인터넷 만화가가 악플로 고민을 하더군요. 전 그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세상에 두 사람, 당신과 당신 만화를 읽고 기뻐할 단 한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성공한 것’이라고요.”

    -앞으로 어떤 만화를 만들고 싶으세요?

    “보다 인간적인 영웅을 그려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마블의 영웅들은 태어날 때부터 능력을 갖춘 존재였거든요. 지금 준비하는 작품은 흑인 청소년과 백인 청소년이 함께 모험하며 영웅이 돼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어요. 인종 문제, 10대의 고민 등 독자들이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만화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 드릴게요.

    “좋은 만화가는 스토리텔링 능력(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에요. 그림은 바뀔 수 있지만 스토리텔링은 타고난 재능이니까요. 최근 미국에 진출하려는 한국과 일본 작가 작품을 자주 접하는데 ‘번역이 안됐다’며 미안해 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좋은 작품은 번역 없이도 알아볼 수 있어요. 컷과 페이지의 흐름만으로도 뭘 얘기하는지, 구성이 얼마나 짜임새 있는지 알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