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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며 수많은 어린이가 알찬 2학기를 보내고 있다. 공부, 운동, 특기활동···. 가끔 어른들도 깜짝 놀랄 만큼의 재능을 보여주며 ‘오늘’보다 ‘내일’을 더 기대하게 하는 어린이들이 있어 세상을 밝히곤 한다. 학기 초를 맞아 묵묵히 자신의 분야에서 ‘내공’을 쌓아 가는 남녀 어린이 두 명을 선정, 소개한다. 한 명은 박태환 못지않은 수영선수가, 한 명은 농사지으며 글도 쓰는 ‘시인 농부’가 되는 게 꿈이란다. 20년쯤 후, 이들이 활약할 멋진 대한민국을 상상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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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은 양(서울 갈산초 6년)은 얼마 전 있었던 전교학생회장 선거에서 학생회장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이 양에겐 전교학생회장보다 더 유명한 별명이 있다. ‘수영계의 작은 별’ ‘박태환의 후계자’ ‘신기록 제조기’···.
이 양은 교내는 물론, 전국에서 알아주는 어린이 수영 선수다. 지난달 14일 대전에서 막을 내린 제39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선 수영 부문 4관왕의 영광을 안았다. 19일 전주에서 폐막한 대통령배 수영대회에서도 신기록을 세우며 초등부 금메달을 차지했다.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희은이가 목에 건 메달은 무려 네 개. 접영(100m)·개인혼영(200m)·혼계영(200m)·계영(400m)을 모두 휩쓸었다. 특히 주종목인 접영 100에선 2분21초32의 기록으로 종전 대회기록(2분25초41)을 4초09나 앞당겼다. 연이은 훈련과 경기로 지칠 법도 한데 불과 닷새 만에 또 다른 전국 대회에 참가해선 자신의 예전 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웠다. ‘초등생답지 않은 뛰어난 정신력과 체력의 소유자’란 수영계의 평가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희은이를 직접 만나 본 이들은 생각보다 아담한 희은이의 체구에 놀라곤 한다. 어머니 이정숙(40)씨의 설명에 따르면 희은이의 키는 ‘시상식 때 (가장 높은) 금메달 단상에 올라가야 은·동메달 단상에 선 선수와 비슷해질’ 정도다. 그러나 희은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영은 키로 하는 운동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남들보다 작은 키 덕분에 경기할 때 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희은이가 수영에 재능을 보인 건 처음 물놀이를 했던 세 살 때였다. 이후 여섯 살 때부터 송상범(35) 코치와 본격적인 수영 훈련을 시작했다. 송 코치와 호흡을 맞춘 건 올해로 벌써 7년째다.
희은이의 활약이 있기까진 어머니와 코치 선생님의 헌신을 빼놓을 수 없다. 어머니 이씨는 희은이가 분명한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대회가 있을 때마다 딸과 약속을 했다. 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 금메달에 걸린 약속은 ‘강아지를 사 주겠다’는 것. 운동선수가 놓치기 쉬운 학업 부문도 어머니의 도움으로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송상범 코치는 희은이의 장점으로 ‘성실한 훈련자세’와 ‘왕성한 승부욕’을 꼽았다. “희은이가 신기록을 매번 경신할 수 있었던 건 꾸준한 훈련 덕분이죠. 뭣보다 수영선수로 성공하고 싶다는 본인의 의욕이 대단해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송 코치는 “현재 희은이의 롤모델(role model·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직책이나 임무 따위의 본보기가 되는 대상)은 우리나라 수영계의 기대주 최혜라 선수(19·오산시청)와 김서영 선수(16·경기 수원 천천중)”라고 귀띔했다.
물론 희은이도 거듭되는 훈련에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땐 ‘이 시간도 언젠가 흘러가겠지’라고 생각하고 이를 악문다. 가장 아쉬운 건 친구들과 놀 시간이 별로 없는 점. 워낙 어릴 때부터 선수 훈련을 받아온 탓에 변변히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희은이의 목표는 중학교 땐 서울시 대표로, 그 이후엔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뛰는 것이다. “최종 목표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수영 2관왕이었던 최윤희 언니처럼 세계대회에서 금메달 따는 거요! 세계대회에서 활약하는 중국 여자 수영선수들처럼 ‘동양인도 할 수 있다’는 걸 세계무대에 보여주고 싶어요.”
"국가대표 신기록 제조기 될래요"
손정호 인턴기자
wilde18@chosun.com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샛별들
'체전 4관왕' 이희은 양, 대통령배 수영 신기록 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