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레이스 F1 그랑프리] '페라리 탄 황제' 슈마허, 21세기 F1을 호령하다
김병헌 자동차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0.09.10 10:08

속도보다 드라이버 안전이 우선… 같은 조건에서 공정한 경기 위해 연료·타이어 크기 등 까다로운 규제

  • 1947년 정식으로 조직을 갖추고 업무를 시작한 국제자동차연맹(FIA)은 그랑프리(GP)의 새로운 규정 F1을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 F1 그랑프리의 첫 번째 대회는 3년 뒤인 1950년 영국에서 열린 실버스톤 그랑프리였다.

    ◆맥라렌에서 페라리까지…“1등은 바뀐다”

    F1 최초의 챔피언은 알파로메오를 몰았던 주제페 파리나(이탈리아)였다. F1 초창기엔 알파로메오·페라리·마세라티 등 이탈리아 팀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1951년 알파로메오를 몰고 챔피언에 오른 J.M. 판지오는 당대 최고의 레이서였다. 그는 1954년부터 1957년까지 4년 연속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어 통산 5회 챔피언이란 대기록을 남겼다. 이 기록이 깨진 건 46년 후인 2003년 ‘F1 황제’ 로 불리는 미하엘 슈마허(독일)에 의해서였다.

    1960년대엔 쿠퍼 클라이맥스·로터스·BRM 등의 영국 팀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후 F1은 1960∼70년대 로터스·페라리·브라밤 시대를 거쳐 1974년 맥라렌이란 명문팀을 탄생시켰다. 1980년대 들어선 맥라렌·윌리엄스·페라리 세 팀이 주축이 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F1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 1. 2010년 터키 그랑프리에서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는 경주차들.  2. 1955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그랑프리에 출전한 J.M.판지오. 3. 2007년 캐나다 그랑프리에 출전한 페라리의 키미 라이코넨. / 메르세데스 벤츠·페라리 제공
    ▲ 1. 2010년 터키 그랑프리에서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는 경주차들. 2. 1955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그랑프리에 출전한 J.M.판지오. 3. 2007년 캐나다 그랑프리에 출전한 페라리의 키미 라이코넨. / 메르세데스 벤츠·페라리 제공
    그러나 1988년부터 4년 연속 컨스트럭터스 챔피언(팀 챔피언)을 차지하며 F1 최강의 팀으로 떠올랐던 맥라렌은 엔진을 공급하던 일본 자동차회사 혼다의 지원 중단으로 힘을 잃고 윌리엄스에 1위 자리를 뺏겼다. 이후 계속된 윌리엄스의 독주는 1990년대 후반 ‘황제’ 슈마허를 앞세운 페라리가 등장하면서 막을 내렸다. 페라리는 2000년대 중반까지 F1을 호령했다.

    ◆페라리 경주용 차는 왜 전부 빨간색일까?

    초창기 F1 경주용 차엔 내셔널 컬러(National Color·국가 색)란 게 있었다. 당시 대회는 국가 간 경쟁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경주용 차의 외부를 자기 나라 상징색으로 꾸민 것. 이탈리아는 빨간색(red), 독일은 은색(silver), 프랑스는 파란색(blue), 영국은 초록색(green), 미국은 스트라이프(stripe), 일본은 상아색(ivory) 등을 내셔널 컬러로 사용했다. 오늘날 F1은 완전히 상업 대회로 바뀌어 내셔널 컬러를 지키는 팀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다만 페라리·맥라렌 등은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FIA가 F1이란 규정을 만든 건 경주용 차들이 같은 조건에서 공정한 경기를 벌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F1 규정은 오히려 각 팀의 기술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1977년 르노사(社)가 내놓은 터보 엔진이 대표적 예다. 르노의 터보 엔진은 F1 규정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해 F1에 ‘터보 바람’ 을 몰고 왔다. 만만찮은 가격 때문에 터보 엔진을 사용할 수 있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이 갈리면서 F1 규정도 빛이 바랬다. 급기야 FIA는 팀 간의 전력 차이를 줄이기 위해 1988년 터보 엔진 사용을 금지하는 새 조치를 발표했다.

    ◆속도 경신보다 드라이버 안전이 우선!

    경주용 차의 에어로다이내믹스(공기역학) 디자인은 엔진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해야 그만큼 속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1978년 로터스의 ‘윙카’ 를 시작으로 1990년 티렐팀이 발표한 ‘하이 노즈’ , 최근 유행하는 ‘프론트 윙’ 등이 인기를 끌었다.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최고의 성능을 끌어내기 위한 디자이너와 개발팀의 노력은 최첨단 기술로 이어졌다.

    하지만 F1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드라이버의 안전이다. 특히 1994년 브라질 출신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가 경기 도중 숨진 이후, 안전 규정은 더욱 철저해져 속도를 제한하기 위한 모든 기술이 총동원되고 있다. 엔진 배기량이 줄어든 건 물론, 연료, 타이어 크기, 차체의 최저 무게와 넓이, 전기장치 등에도 까다로운 제한사항이 있다.

    F1 레이스는 세계 어느 서킷에서 열려도 똑같은 일정으로 운영된다. 요즘은 △금요일 자유주행 △토요일 예선 △일요일 결승의 순서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유일한 예외가 모나코 그랑프리인데 종교적 이유 때문에 자유주행이 금요일이 아닌 목요일에 운영된다. 결승을 치르고 나면 1위부터 10위까지 순서대로 25·18·15·12·10·8·6·4·2·1점을 주며 1년간의 총점으로 챔피언을 가린다. 이 때문에 챔피언에 오르려면 경기에서 우승하는 것 못지않게 꾸준하게 점수를 얻는 게 중요하다.

    F1 참가팀이 출전시킬 수 있는 경주용 차는 두 대다. 대당 점수에 따라 드라이버스 챔피언(개인 챔피언)이 결정되고 두 대의 점수를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팀에게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의 영광이 주어진다. F1 팀 하나를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수천억 원이 든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F1에 도전하는 건 ‘세계 최고 레이스’ 란 F1만의 매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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