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인터뷰] '올바른 식습관 알리미' 서울 석촌초 김경희 선생님 "우리 아이들이 채소와 친해졌어요"
김재현 기자 kjh10511@chosun.com
기사입력 2010.09.06 10:01

브로콜리 데치기·농장 견학… 5월부터 식습관 체험 교육

  • 서울 석촌초등학교(교장 황영숙) 2학년 6반 점심시간.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김경희 담임 선생님과 식사를 한다. 이날 나온 반찬은 파프리카, 브로컬리, 시금치, 제육볶음 등. 대부분 채소가 포함됐거나 아이들이 즐기지 않을 법한 음식이다. 하지만 29명의 젓가락은 일제히 고기가 아닌 녹황색 채소 쪽을 향한다.

  • 서울 석촌초 2학년 6반 어린이들이 김경희 선생님과 함께 ‘채소의 중요성 알기’ 수업을 진행한 후 각자 만든 결과물을 들어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 서울 석촌초 2학년 6반 어린이들이 김경희 선생님과 함께 ‘채소의 중요성 알기’ 수업을 진행한 후 각자 만든 결과물을 들어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선생님, 이 파프리카 정말 맛있어요” “브로컬리도요!”

    김 선생님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벌써 몇 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풍경이다.

    ‘2학년 6반의 특별한 점심시간’이 생긴 건 김경희 선생님 덕분이다. 평소 어린이의 잘못된 식습관에 관심이 많았던 김 선생님이 직접 팔 걷어붙이고 나선 것. 물론 금세 효과가 나타난 건 아니다.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기까지 한 달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처음엔 아이들이 왜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하는지조차 모르더군요. 채소는 ‘당연히 맛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 처음부터 입에 대질 않았고요. 혼내면서 억지로 먹이는 것도 한두 번이죠. 골고루 먹는 습관이 몸에 배려면 가정이나 학교에서 저학년 때부터 충분히 교육을 시켜줘야겠구나, 싶었어요.”

    김 선생님의 ‘특별 교육’은 올 5월부터 시작됐다. 제목은 ‘채소는 나의 건강 지킴이’. 자습시간과 창의적 재량활동시간(자기 주도적 학습시간)이 활용됐다. 자습시간엔 학생들을 대상으로 채소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채소 섭취로 얻을 수 있는 혜택에 관한 이론 수업도 병행했다. 주2회 창의적 재량활동시간엔 ‘식생활 일기’를 쓰게 했다. 하룻동안 먹은 채소 반찬의 종류를 일일이 기록하는 형태였다.

    수업이 첫 주부터 제대로 된 건 아니었다. “이론수업 위주로 진행하다보니 아이들이 흥미를 못 느끼더라고요. 그래도 아이들이 쓴 식생활 일기를 점검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해야 할지 꾸준히 고민하고 연구했습니다.”

    아이들이 채소와 본격적으로 친해진 계기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이었다. 학교 급식실의 도움을 얻어 재료와 장비를 준비하고 ‘브로컬리 데치기’와 ‘급식 재료 준비하기’같은 실습 수업을 진행한 것. 김아름 양은 “실습 수업 때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브로컬리를 손질하고 데쳐보니 재밌었다”며 “브로컬리는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채소니까 나중에 부모님께도 요리해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철 군은 “급식 재료 준비하기 수업 때 친구들과 다함께 당근을 깎았는데 그날 점심이 비빔밥이었다”며 “우리가 손질한 당근이 들어간 비빔밥이어서 그런지 더 맛있었다”며 웃었다.

    농장 견학 학습도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교장 선생님의 배려로 5월 경기 안성의 한 농장을 찾은 아이들은 오이 수확 체험에 참여했다. 오이를 따는 건 물론, 농장 관계자들로부터 오이가 자라는 과정과 오이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절차 등에 관한 설명도 들었다. 농장에서 돌아올 땐 오이 선물도 한아름 받았다. 김 선생님은 “체험학습 때까지도 오이라면 질색하던 학생들이 농장 견학 후 확 달라지더라”며 “직접 오이를 수확하며 오이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데다 호기심에 한입 베어물곤 맛까지 깨우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선생님은 2학기부터 교육 범위를 식습관뿐 아니라 식생활 전체로 넓힐 예정이다. 양치질이나 손 씻기 등 식사 전후로 지켜야 할 예절을 무시하는 학생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반 학생들은 석촌초등 대표 ‘건강 지킴이’예요. 각자 배운 걸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면 작게는 우리 학교 전교생이, 크게는 모든 초등생이 올바른 식습관을 익히게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라도 아이들이 좀 더 재밌게 식생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계속 연구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