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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순서>
① WHO 국제안전학교에 가다
② 광명·안양 두 도시의 노력
③ ‘안전지킴이벨 설치 의무화’ 법안 만든 어린이들
초등생 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 사람들은 한동안 ‘아무런 통제 없이 외부인이 드나드는 허술한 학교 구조’를 지적했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IMF 경제위기를 전후해 사라진 수위실(과 수위 아저씨)이다. 당시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학교들이 앞다퉈 수위실을 없애버린 것. 대안으로 학부모나 동네 어르신들로 구성된 ‘지킴이’가 등장했지만 등·하교 시간 외엔 학교를 지킬 수 없어 한계가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 광명시가 내놓은 ‘배움터 지킴이’ 제도는 여러 면에서 획기적이다.
광명시는 지난 8월 23일부터 시내 23개 초등학교에 배움터 지킴이를 배치했다. 지킴이 제도는 다른 시도에서도 운영하고 있지만 광명시의 배움터 지킴이는 그 성격이 좀 다르다. 하루 중 학생들이 수업받는 여덟 시간 내내 교내에 머물며 어린이 안전을 위한 활동만 담당하기 때문이다. 예전 수위 아저씨가 이름만 달리해 부활한 셈이다.
배움터 지킴이 사업은 올 7월 양기대 신임 시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추진한 학교 폭력 예방 사업이다. 6억2000만원의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광명시의회는 7월 19일 이 안건을 만장일치(滿場一致·모든 사람의 의견이 같음)로 통과시켰다. -
배움터 지킴이는 퇴직 교사·경찰·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공개모집했다. 강인식 광명시교육청 장학사는 “기존의 지킴이 제도론 수업을 방해할 수 있는 외부인을 효과적으로 제재하기 힘들어 지킴이 업무에 적합한 대상을 엄격하게 골랐다”고 밝혔다. 배움터 지킴이들이 업무 시간 틈틈이 머물 수 있는 소규모 이동식 배움터 지킴이실도 조만간 각 학교에 배치된다. 예전 수위실보다 한 단계 진화한 형태다.
학교 현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신선웅 경기 광명 하안남초등 선생님은 “시행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외부 출입자와 차량을 통제해주고 낯선 이들이 학교에 드나들 땐 출입증까지 발급해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제까진 선생님이 수업뿐 아니라 안전지도에까지 시간을 빼앗겨 정작 가르치는 일엔 집중하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이와 별도로 이달 중 범죄 발생 가능성이 큰 지역 초등학교에 우선적으로 청원경찰을 배치할 계획이다. 청원경찰이란 국가기관 등 중요 시설 안에서 경찰서장의 감독을 받으며 활동하는 경찰을 말한다. 청원경찰 역시 광명시 배움터 지킴이처럼 어린이들이 수업하는 동안 교내에 머물며 순찰 등을 하게 된다.
안양시도 어린이 안전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대표적 도시다. 이장우 안양·과천교육청 교육장은 지난 6월 10일 ‘등·하굣길 안전진단팀’을 만들기 위해 안양경찰서·과천경찰서와 업무 협약을 맺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장우 교육장은 “어린이 대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홍보 등 교육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안양경찰서는 지난 8월 13일 안양 시내 14개 통장협의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어린이 안전망 구축을 위한 ‘아동안전보호관’을 만들기도 했다.
[기획취재] 퇴직 교사ㆍ경찰이 '지킴이' "나쁜 어른들 얼씬 못해요"
손정호 인턴기자
wilde18@chosun.com
'학교 안전' 어디까지 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