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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락의 멋과 신명을 해외에 널리 알리고 돌아온 자랑스러운 어린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서울 미동초등학교(교장 권무) ‘풍물단’. 지도교사 박재열 선생님과 5~6학년 단원 21명은 7월 25일부터 8월 11일까지 약 2주간 미국 유타주(州) 스프링빌과 바운티풀에서 열린 ‘민속축제’에 초청돼 풍물 공연을 펼쳤다.
박 선생님은 “스페인·페루·파라과이·체코·중국·네팔 등 세계 각국의 전문 공연단 가운데 우리만 유일한 어린이 아마추어 공연단이었다”며 “대한민국 ‘풍물 국가대표’가 됐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공연에 임했다”고 말했다. -
미동초에 풍물단이 탄생한 건 지난 2008년 11월. 풍물단 지도 경력 17년의 박재열 선생님이 이 학교로 전근을 오면서부터다. 4학년을 포함, 총 서른 명의 단원들은 아침 7시 30분부터 8시 10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실에 모여 장구·꽹과리·북·징을 치며 잠든 학교를 깨우고 있다. 이른 시간 진행되는 수업이지만 지각생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린이들의 의욕이 남다르다. 또 방학 때마다 5박6일간 ‘풍물 캠프’를 열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꼬박 악기 연습을 하며 집중 훈련을 받는다.
아직 생긴 지 2년도 안 됐지만 풍물단원들의 실력은 이미 수준급이다. 1년 만에 ‘장구놀이’에 필요한 250개 장단을 모두 익혔고, 지난해 말부터 배우기 시작한 ‘사물놀이’도 9개월여 만에 멋지게 완성시켰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어린이들이 우리 소리의 ‘맛’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 박 선생님은 “로봇처럼 가르쳐주는 대로 악기를 두드리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우리 가락의 흥을 몸으로 느끼고 즐기더라”며 기뻐했다.
미동 풍물단의 실력은 이번 미국 공연에서 그 진가를 드러냈다. 공연 내내 외국인들의 뜨거운 관심과 박수를 한몸에 받은 것. 이들은 스프링빌 축제(7월 25~31일)와 바운티풀 축제(8월1~8일)에 연이어 참가하며 하루 두 번씩 장구놀이·사물놀이·길놀이 공연을 선보였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꽹과리와 북소리가 다른 공연팀에 방해될까 봐 리허설은 구음(입으로 악기 소리를 내는 것)과 무릎장단으로 대신해야 했다. 소리가 퍼져버리는 야외 공연 특성상 박자 맞추기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며 매번 최고의 공연을 이끌어냈다.
풍물단 권성욱 군(6년)은 “2주간의 강행군이 힘들긴 했지만 외국인 관객들이 ‘South Korea!’를 외치며 격려해주고 서로 사진을 찍자고 할 땐 ‘스타’가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며 “우리 전통음악이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게 뿌듯했고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얼쑤~ 우린 '한국의 풍물 국가대표'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미동초, 2주간 美민속축제 공연 '우리 가락의 멋'세계에 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