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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문화재단과 소년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제2회 원자력 탐구 올림피아드 최종심사가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서울 지역 초등학생으로 참가자격이 한정됐던 지난해와 달리 전국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
‘원자력 발전소 또는 방사선의 이해’ ‘방사선의 응용사례’ ‘원자력과 환경 및 미래 에너지’ 등 세 가지 주제로 열린 올해 대회엔 총 650편의 응모작이 경합을 벌였다. 최종심사에 오른 작품은 이 중 66편. 어린이들은 △원자력 발전소나 연구소 등을 직접 방문하는 등 발로 뛰어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탐구 보드를 제작한 후 △직접 실험을 시연하거나 자신이 제작한 실험도구 등을 선보이며 열띤 경쟁을 펼쳤다.
이날 심사현장에선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속출했다. ‘영화 속에 나타난 원자력의 모습’을 주제로 정한 박요한 군(서울 은로초 4년)은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붉은 10월’ 등 원자력 에너지를 소재로 삼은 영화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 군이 분석한 22편의 영화에서 원자력은 핵무기를 이용한 테러(14편), 핵폭발 사고(2편), 핵전쟁 후 세계(1편) 등 대부분 부정적 이미지로 다뤄졌다.
박 군은 “원자력 에너지를 위험하다고 여기는 바탕엔 영화 속 원자력 에너지의 나쁜 이미지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서 탐구를 시작했다”며 “앞으론 평화적인 원자력 에너지 이용을 다룬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작가가 꿈인 최리아 양(서울 길원초 3년)은 원자력 에너지가 없는 2030년을 배경으로 과학적 지식이 담긴 판타지 동화를 선보여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실제 원자력 발전소나 연구소 주변에 사는 참가자들의 연구도 있었다. 원자력 안전 기술원 연구원 아버지를 둔 김재경 양(대전 용산초등 3년)이 연구를 시작한 이유는 친구들의 놀림 때문이었다. “친구들이 ‘너희 동네에 원자력 연구소가 있어서 공기도 나쁘고 환경도 안 좋다’고 할 때마다 속상했어요. 그때부터 동네 주변을 돌며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기 시작했죠.”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조사 결과 연구소 주변은 아파트 단지나 연구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보다도 방사선 수치가 낮게 나왔어요. 개학하면 이번에 조사한 수치를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원자력 에너지가 얼마나 안전한 것인지 알려줄 거예요.”
이날 심사위원장을 맡은 신재인 박사(전 국가핵융합연구소장)는 “원자력 자동차, 방사선 차폐(遮蔽·일정한 공간이 외부 전기·자기 따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 기술 등 신선하고 창의성 넘치는 아이디어가 많았다”며 “어린이들의 풍부한 상상력에 체계적 학습이 더해져 논리성까지 갖춰진다면 훌륭한 과학적 성과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환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은 “원자력 탐구 올림피아드는 원자력 탐구과정을 통해 어린이에게 주변 사물을 관심 있게 바라보는 눈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기회의 장”이라며 “내년부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국제 초등생 대상 대회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최종 심사 결과는 오는 23일 발표된다. 시상식은 9월 10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릴 예정. 대상·특상·금상 수상자 16명과 최우수 지도교사 2명에겐 3박4일 일정의 일본 과학연수 기회가 주어진다.
꼬마박사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 '만발'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제2회 '원자력 탐구 올림피아드' 최종심사 열띤 현장을 가다!
영화 속에 비친 원자력의 모습은? 연구소 주변 안전성 확인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