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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극장가는 전통적으로 애니메이션이 강세다. 어린이들이 여름방학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도 그 때문이다. 올여름도 예외가 아니었다. 7월 1일 일찌감치 개봉한 ‘슈렉 포에버’를 시작으로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인어대해전’(7월 28일 개봉) ‘토이스토리3’(8월 5일 개봉) ‘마법천자문-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8월 19일 개봉)까지 어린이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국내·외 애니메이션이 방학 내내 끊이지 않고 관객을 찾았다.
‘저렇게 근사한 애니메이션을 내 손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최근 이런 꿈을 가진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마련한 ‘만화·애니메이션 문화체험교실’이 그것. 13일간의 일정 끝에 14일 막을 내린 이 행사는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만화로 만화책도 만들고 애니메이션 장비를 활용해 한 편의 어엿한 작품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다. 다만 지방(광주)에서 열린 탓에 많은 이들이 참여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소년조선일보는 애니메이션 전문가를 꿈꾸는 어린이들을 대신해 이번 행사를 총지휘한 박경철 조선대 만화애니메이션학부 교수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어린이의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까요?
“물론이죠. 어릴 때 애완동물을 키워본 어린이는 어른이 돼서도 동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사랑할 줄 알아요. 만화와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죠. 어린 시절 만화를 그려봤거나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졌다면 훗날 창의적인 사람으로 자라는 밑거름이 될 거예요.”
-어떻게 하면 좋은 만화가가 될 수 있죠?
“요즘 어린이들은 손재주는 있는데 이야기 만드는 능력은 떨어지고 있어요. 만화의 핵심은 이야기거든요.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면 많은 책을 깊이 있게 읽는 게 중요해요.”
-‘슈렉’이나 ‘토이 스토리’ 시리즈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다양한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영화를 자주 보면서 ‘저 장면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저 장면은 이래서 감동적이구나!’ 등의 생각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
-어린이에게 특히 추천해주고 싶은 만화나 애니메이션 작품이 있으세요?
“이희재 선생님의 만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추천하고 싶어요. 원작소설도 좋지만 만화로 보니 또 눈물이 나더군요. 참 감동적인 작품이랍니다. 애니메이션 중에선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를 추천하고 싶어요. 보고 난 후 ‘꿈속에서 토토로를 한 번쯤 만나봤으면…!’ 하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이제껏 봤던 만화나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으시다면 하나만 꼽아주세요.
“만화 ‘슬램덩크’ 중 한 장면인데요. 끝없이 갈등하던 강백호와 서태웅이 최후의 경기에 함께 서게 돼요. 그런데 서태웅이 공을 패스하자 강백호가 그걸 받아 환상의 팀워크를 연출하죠.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가 뭔지 깨닫게 해주는 최고의 명장면이었어요.”
오늘 막 내리는 '만화·애니메이션 문화체험교실' 박경철 교수
손정호 인턴기자
wilde18@chosun.com
만화 속 캐릭터는 상상력의 산물… "창의적 아이로 자라는 밑거름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