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약탈문화재 모셔오자] ③ 빼앗긴 문화재, 이렇게 되찾아오자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기사입력 2010.08.12 09:37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소장 "국적 잃은 문화재에 관심을"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지난 10일, 일본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 정부가 조선왕실의궤 등 약탈 문화재 일부를 반환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 그러나 고국으로 돌아와야 할 우리 문화재는 여전히 많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소장을 만나 약탈 문화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을지 물었다.

    —일본 정부가 조선왕실의궤 등을 가까운 시일 내에 넘겨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조선왕실의궤는 1922년 일본이 당시 총독부도서관에서 허락없이 갖고 나갔습니다. 당연히 돌려받아야 합니다. 다만 일본의 이번 발표는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이제껏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왜 갑자기 반환하겠다고 나섰을까요? 어쩌면 일본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인 올해 발표를 끝으로 ‘더 이상의 반환은 없다’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 문화재가 10만 점 이상이란 자료가 있는데요.

    “개인이 소장한 것, 공개를 꺼리는 것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물론 그중엔 정상적인 방법으로 외국인이 구입했거나 선물 받은 ‘유출 문화재’ 도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가 되찾아와야 하는 건 전쟁이 일어나서, 다른 나라의 식민지가 되면서, 혹은 도난이나 강압, 사기로 빼앗긴 ‘약탈 문화재’ 입니다.”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외규장각 도서 반환 소송을 진행하고 계시지요.

    “1심에선 졌지만 성과도 있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프랑스 정부가 외규장각 도서를 우리에게서 약탈해갔단 걸 스스로 인정했거든요. 올 2월 항소장을 접수시켰습니다. 두 달 전엔 프랑스 법원이 문화부에 최후통첩도 보냈습니다. 언제까지(제가 알기엔 6월 말입니다)

    프랑스 정부의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한국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내용으로요.”

    —우리 정부가 외규장각 도서를 ‘영구 대여’ 해오는 협상을 진행중이란 보도도 있었습니다.

    “영구 대여는 3년마다 기간 연장 확인서를 받는 개념입니다. 빼앗긴 우리 문화재를 당당히 되찾아와야지 왜 빌려옵니까? 게다가 외규장각 도서를 빌리는 대가로 우리도 국보급 유물을 프랑스에 줘야 합니다. 일종의 볼모지요.”

    —최근 이천오층석탑 반환을 위해 탑소유자인 일본 오쿠라재단 측과 만나셨죠?

    “오쿠라재단 측은 ‘(문화재가 있는)장소가 뭐 중요하냐, 100년 가까이 우리가 잘 보관했으니 굳이 안 가져가도 되는 것 아니냐’며 억지를 부리더군요. 하지만 반환을 희망하는 이천 시민 10만명의 서명을 보더니 ‘생각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꽤 진전이 있었지요.”

    —약탈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관련 국제법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유네스코의 협약도 윤리강령에 불과해 강제성이 없지요. 게다가 협약에 따르면 원래 소유국이 약탈 문화재 여부를 증명해야 하는데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분쟁이 생기면 현재 소유국이 경위를 밝히도록 규정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오기 위해 어린이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약탈 문화재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겁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가장 힘든 게 사람들의 무관심이거든요. 그러나 조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요. 냉정하고 차분하게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