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방학숙제는 엄마 숙제?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기사입력 2010.08.09 03:02
  • 인천에 사는 '워킹맘'(일하는 엄마) 이모씨는 지난 금요일 회사를 조퇴하고 초등학교 4년생 아들과 함께 집 근처 구청에 들려 건물 곳곳을 훑어보았다. 아들의 여름방학 숙제에 '관공서 탐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학교에서 체험학습 예로 '관공서 탐방'이나 '시골집 가기'를 내줬는데 시골은 너무 멀어 관공서 탐방을 택했다"며 "애를 혼자 보낼 수도 없고 맞벌이 부부에겐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 초등학생의 방학 숙제가 혼자 하기엔 벅차거나 양이 너무 많아 '엄마 숙제'라는 말까지 나온다. 인터넷 학부모 모임인 '에듀맘'에는 자녀의 방학 숙제에 대해 고민하는 학부모 글이 수십개씩 올라와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두었다는 한 학부모는 "(아이 숙제가) 독서카드 30편 이상, 가족 경제신문 만들기, 독후물(글·그림·일기 등) 10편 이상, 일기 일주일에 3일, 편지 쓰기, 구구단 외우기, 줄넘기 100개~120개 이상, 한자 110자 외우기, EBS 강의 보기, 학습지 풀기 등이다. 저학년에는 너무 벅차고 많은 과제"라는 글을 올렸다.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는 '방학 숙제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요'라는 제목으로 "삶에 대해 쓰기, 자서전 등 '창의적인 주제로 책 만들기'가 숙제다. 직장맘이라 퇴근도 늦는데, 뭘 어떻게 만들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교사에 따라서 '꿈의 직업에 종사하는 인물 인터뷰하기'처럼 학부모 도움 없이는 하기 힘든 숙제를 내주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방학 숙제는 학교별·학급별로 천차만별"이라며 "보통 필수·공통 과제가 2~3개씩이고 나머지는 선택 과제이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 한모씨는 "방학 숙제를 잘하면 상장을 주고 작품 전시회도 하니까 선택 과제 역시 소홀히 할 수 없고 신경을 안 쓸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