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배 작가의 맛 이야기] 음식이 싱거우면 간장을 타라
신현배 작가
기사입력 2010.08.07 06:23
  • 간장 한 종지·물·돌멩이로 밥상을 차린 며느리는…

    "아버님이 직접 입맛에 맞춰 드시지요"

    옛날 어느 곳에 성미가 고약한 시아버지가 살았습니다. 얼마나 성질이 못되고 심술 사나운지, 며느리를 얻는 족족 쫓아내 버렸답니다. 그렇게 쫓아낸 며느리가 손가락으로 열을 세고도 모자랐습니다. 그런데도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얻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며느리를 쫓아내는 집이라고 소문이 났기 때문에 누구도 딸을 내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웃 마을에 노처녀가 살았는데, 어느 날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이웃 마을에 며느리를 쫓아내는 집안이 있다고 했죠? 그 집안에 시집을 가겠어요.”

    “하고많은 집안 중에 왜 하필 그 집안이냐?”

    “걱정하지 마세요. 시집을 가면 신랑과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살 테니까요.”

    “너는 그 고약한 시아버지에 대한 소문도 못 들었니?”

    “제게 다 생각이 있으니 결혼을 승낙해주세요.”

    딸은 끝내 고집을 부려 며느리를 쫓아내는 집안에 시집을 갔습니다.

  • 삽화=양동석
    ▲ 삽화=양동석
    혼례식을 마치고 첫날밤을 보낸 뒤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며느리는 눈뜨자마자 부엌으로 들어가 아침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지금까지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맞이하면 첫날 아침 밥상의 흠을 잡아 며느리 속을 뒤집어놓았습니다. 음식이 어째서 짜냐 싱거우냐며 며느리를 몰아세웠던 겁니다.

    그런데 시아버지는 이번에 며느리가 올린 밥상을 받고 기겁을 했습니다. 밥상에 밥과 죽 한 대접, 간장 한 종지, 물 한 그릇, 돌멩이 하나가 차려져 있었던 겁니다.

    시아버지는 분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습니다.

    “밑반찬은 눈을 씻고 봐도 없고, 이게 시아버지를 위해 차린 밥상이냐? 고얀 것!”

    시아버지가 화를 내도 며느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 댁에 있다가 나간 며느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열심히 음식을 준비했지만, 아버님의 입맛에 맞춰 드리지 못했다더군요. 그래서 저는 아버님 스스로 입맛에 맞춰 드시라고 간장과 물을 상위에 올렸습니다. 제가 만든 음식을 드시고 싱거우면 음식에 간장을 타십시오. 짜면 음식에 물을 타시고요. 그래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입맛을 바꾸셔야지요. 돌멩이를 준비했으니 입을 팍팍 문질러 입맛을 싹 바꾸세요.”

    시아버지는 공포에 질려 며느리와 눈도 맞추지 못했습니다.

    ‘우리 집에 호랑이 며느리가 들어왔구나. 며느리에게 잘못 보였다가 뼈도 못 추리겠어.’

    시아버지는 기어드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냐, 네가 시키는 대로 아침을 먹으마. 앞으로는 못되게 굴지 않을 테니 제대로 된 밥상을 차려줘.”

    시아버지의 못된 버릇을 고친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친정아버지처럼 잘 섬겼다고 합니다.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사용되는 액체 양념 '간장'

  • 간장은 메주를 이용해 만든 액체양념이다. 늦가을에 콩으로 메주를 쑤어 따뜻한 곳에 두어 말렸다가 이듬해 이른 봄 소금물에 담가 만들며, 짠맛·단맛·감칠맛 등이 섞인 독특한 맛과 향기가 있어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쓰인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장을 담갔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고구려 고분인 ‘안악 3호분’ 벽화에 우물가 장독대가 그려져 있고,  ‘삼국사기’에 683년 신라 신문왕이 왕비를 맞이할 때 예물에 간장과 된장이 들어 있다는 기록이 있어 삼국시대에 장을 담가 사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간장엔 진간장·중간장·묽은간장이 있다. 진간장은 담근 지 5년 이상 된 오래된 간장으로, 달고 가무스레해 약식 또는 전복초(마른 전복을 물에 불려 얇게 저며 푹 익힌 뒤 쇠고기를 조금 섞고 간장·기름·꿀을 넣어 졸인 다음 후춧가루를 쳐서 버무리고 그 위에 잣가루를 뿌린 반찬)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중간장은 찌개를 끓이거나 나물 요리를 할 때 쓰이고, 묽은간장은 국을 끓이는 데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