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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전복이나 조개를 잡아오는 해녀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취재해 보니까 실제로 기자가 된 듯한 느낌이어서 기사 쓰는 게 실감 났어요."
경기도 용인에서 온 이지선(성복초 4) 학생은 캠프 일정 가운데 "해녀촌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기자 체험 소감을 말했다.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제1회 조선일보 어린이 기자 캠프'에 참여한 4~6학년 초등학생들이 4박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78명의 어린이들은 현직 기자로부터 신문사의 신문 제작 시스템과 취재 방법을 배운 뒤 제주 현지의 곳곳을 집중 취재하고 돌아와 기사를 쓰는 '기자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었지만 취재하고 기사를 쓰다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일정은 크게 기자와 신문사에 대해 기본적인 역할 배우기와 현장 취재 후 기사 쓰기로 구성됐다. 첫날인 26일 서울 조선일보 본사에 모여 견학한 뒤 제주로 떠난 어린이 기자단은 이날 오후 7시 제주공룡랜드에서의 발대식을 기점으로 캠프의 시작을 알렸다. 취재와 기사 작성 및 현장 실습은 조선일보 현직 기자들이 맡고,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학생 멘토들이 24시간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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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기자단들의 날카롭고 재기 발랄한 질문엔 전문가인 김태룡 국가태풍센터장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올해는 우리나라에 태풍으로 인한 사고가 얼마나 많이 일어날까요?"(백용우·내정초 5) 하는 질문에 김 센터장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약 두 건의 태풍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고성훈(수락초 6)·안서형(구암초 6) 학생은 "만약 예보가 틀리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태풍을 사랑하시나요?"라는 물음으로 김 센터장을 당황케 했다. 김 센터장은 "예보가 틀리면 국민 여러분께 굉장히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든다"며 "태풍을 사랑하지만, 피해는 1%라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이들은 이를 토대로 '태풍, 그것이 알고 싶다' '한국 태풍 예보의 미래를 보다' 등의 멋진 제목도 뽑았다. 권혁근(대치초 5)·김재현(대치초 5)·조태근(영신초 6) 학생은 성읍민속보존마을 기획기사로 "전통과 현대가 함께 숨 쉬는 마을"이라며 '복합로봇 트랜스포머의 형제, 성읍마을'이라는 기사를 썼다.
제주도의 동쪽 바다를 끼고 있는 한 해녀촌에선 해녀들을 직접 만나 숨비소리(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물 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와 테왁(해녀들이 작업할 때 바다에서 타는 물건) 등에 대해 배우고 전복 등의 해산물을 직접 만져보는 체험을 했다. 김지민(도곡초 6)·이수왕(비산초 6)·정지희(백록초 6) 학생은 막 물질을 하고 올라온 송유순(64)·현복자(55) 해녀로부터 "전 세계 1500명의 해녀 가운데 제주에 60명의 해녀가 남아 있다"는 말을 듣고 "세찬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흔들림 없이 제주를 지켜온 그들이 바로 '바다의 어머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표현했다.
캠프를 마친 아이들의 평가는 각양각색이었다. 정진아(태랑초 5) 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단합된 모습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점"과 "진짜 기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진지하게 했던 점"을 꼽았고, 이란 테헤란브리티시스쿨에서 온 5학년 하현주(11) 학생은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오종혁(상촌초 6) 학생은 "다시 한번 기자를 체험하고 더 자세히 배워보고 싶다"며 웃었다.
이번 어린이 기자단의 활동 내용은 이달 말 '조선일보 어린이 기자단 블로그'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신문으로 배워요] "해녀 할머니 직접 취재… 진짜 기자된 것 같아요"
제주=권경복 기자
kkb@chosun.com
'제1회 조선일보 어린이 기자 캠프' 제주서 열려…
현직 기자·대학생 멘토들이 기사 작성·현장 실습 등 지도
전국 4~6학년 초등생 78명, 4박5일 동안 집중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