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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홍윤주(41·강남구 논현동)씨는 두 자녀와 함께 지난해부터 봉사단체에서 하는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에 참가하고 있다. 구입한 털실로 모자를 만들어 기관에 보내면 저체온증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말리에서 사는 신생아들에게 보내주는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좋은 일도 해 보람이 크다는 홍씨는 "부모로서 자녀에게 모범을 보일 만한 일을 떠올리다가 봉사를 생각했다. 이왕이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을 택했다. 아이들과 모자를 함께 뜨면서 이 모자가 누구에게 보내지는지, 왜 그 아이들을 도와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이제는 서로 모자를 뜨겠다고 성화를 부릴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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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하나(39·고양시 일산)씨는 최근 텔레비전을 보다 아이티 지역의 지진 소식을 알게 된 뒤 딸 이아름(9)양과 함께 모금 지정 ARS에 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세상 일에 관심을 갖게 하고 힘든 사람들은 도와줘야 한다는 점을 가르쳐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름이는 모아둔 용돈을 추가로 기부할 만큼 아이티 지역의 불행을 남의 일처럼 넘기지 않게 됐다.
◆자녀와 기부, 봉사를 하는 부모 많아져
최근 들어 아이에게 기부·봉사를 가르치려는 부모가 늘고 있다. 최근 아이티 지역의 지진을 계기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일찍부터 학업만 강조해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인성능력을 봉사활동을 통해 보완하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글로벌 NGO인 세이브더 칠드런의 허수정 홍보팀장은 "아이와 함께 의미 있는 활동을 하려는 부모들 사이에서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단순히 기부를 하는 것보다 아이와 함께 육체적으로 활동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더 인기"라고 말했다.
인성스쿨 지영수 이사 역시 지난해부터 4학년 아들과 봉사동아리에 가입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봉사심을 갖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차례 복지관에 찾아가 장애인을 돌보는 활동을 한다. 처음에는 아이가 낯설어했지만 '왜 봉사활동이 필요한지' '어려운 이웃을 왜 도와야 하는지' 수차례 설명해주자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의 얘기다.
"인성을 가르치는 것은 시기가 관건이에요. 초등학교 때까지 길러주지 않으면 나중에 아무리 노력해도 심어주기 어렵지요. 요즘 부모들이 학업만 강조하다 보니 인성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이후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해요. 제 경우 아이에게 초등 1·2학년 때는 사회성, 3·4학년 때는 봉사심을 기르게 해주자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그대로 실천했어요. 그러자 처음에는 장애인을 대하길 꺼려한 아이가 점차 그들과 살을 부비고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임을 깨달았어요. 지금은 아이가 먼저 봉사활동 하러 가자고 할만큼 좋아해요."
◆기부, 봉사 교육 프로그램도 인기
지난 1월 28일 오전 10시 PSA 영어유치원 압구정점, 6세반 아이들이 나눔과 기부문화에 대한 수업을 듣고 있다. 이곳에서는 정기적으로 'learn to share'라는 이름으로 봉사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수업을 한다. 교실에서 나눌 수 있는 것, 사회에서의 기부와 나눔은 어떤 의미인지 등등 어려운 주제를 게임과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쉽게 가르친다. 이밖에 일년간 용돈을 조금씩 모아 연말에 불우한 아동을 돕는 활동도 한다. 아이가 착한 일을 할 때마다 부모님이 저금통에 용돈을 넣어주면 매월 말일 유치원에서 집계해 연말에 국내외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는 형태다. 조은숙 PSA 상무는 "나눔의 미덕을 아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자 만든 프로그램이다. 인성을 중시하는 부모님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앞으로 더 많은 봉사활동을 기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참가자 김현구(6)군의 어머니 김소연(36·강남구 압구정동)씨는 "외동아들에게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게 해주고 싶어서 신청했다. 아이가 수업을 들으면서 봉사가 자신과는 먼 것이 아님을 느끼는 것 같아 기쁘다. 앞으로 기부·봉사를 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봉사활동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와 봉사활동 하면서 나눔의 의미 가르치죠"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이제는 인성(人性)이다]
기부를 가르치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