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한 '월드비전대만어린이합창단' 보치안 군·치안치안 양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기사입력 2010.07.28 09:47

"노래하는 것만으로 행복이 솟아나요"

  • 27일 오전 8시, 이른 아침부터 서울 도심 한복판에 아름다운 화음이 울려 퍼졌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월드비전대만어린이합창단’ 단원들. 여름방학을 맞아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초청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어린이들은 이날 여의도 월드비전 빌딩에서 ‘미니 공연’을 가졌다. 공연 도중 간간이 허리에 손을 올리고 엉덩이를 살짝 흔드는 귀여운 율동도 잊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후 보치안(Bo-Qian·10세)과 치안치안(Qian-Qian) 두 어린이를 만났다. 둘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해외공연은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데 너무 즐겁고 신난다”며 입을 모았다. 26일 방한한 단원들은 대만 토착민 중에서도 집안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9~12세 어린이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핑퉁·힌추·타이칭 등 대만 외곽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은 월드비전 대만의 후원을 받으며 학교에 다니고 합창단 활동도 한다.

  • “노래만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어요~” 월드비전대만어린이합창단원 보치안(왼쪽) 군과 치안치안 양이 씩씩하게 엄지를 들어 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노래만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어요~” 월드비전대만어린이합창단원 보치안(왼쪽) 군과 치안치안 양이 씩씩하게 엄지를 들어 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보치안의 가족은 할머니뿐이다. 부모님 두 분 다 돈을 벌겠다며 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치안은 이런 환경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았다. “엄마가 없어도 전 행복하게 잘 지내는 걸요. 다만 할머니 건강이 안 좋으셔서 걱정이 돼요. 할머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치안치안네 집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병든 엄마와 7남매가 일용직 아버지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월드비전의 후원이 없었다면 그와 두 여동생은 학교도 다니지 못할 뻔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터뷰 내내 밝고 명랑했다. “노래를 하면 모든 걸 다 잊을 수 있어서 좋아요. 저절로 행복해지는걸요.”

    “합창단의 좋은 점이요? 아침마다 모여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 숙제를 안 해가도 혼나지 않아요.”(보치안) “합창 공연을 하느라 평소 못 가봤던 다양한 곳을 여행할 수 있어 신나요.”(치안치안) 아직 어리지만 두 어린이는 벌써 꿈도 정했다. 보치안은 “세계 각지를 돌며 공연하는 음악가”가, 치안치안은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자라도록 지켜주는 든든한 여경찰”이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들은 29일 월드비전이 주최하는 ‘2010 세계어린이합창제’ 공연을 관람한 후 30일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