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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만 6세의 나이로 장장 3시간에 걸쳐 흥부가를 완창, 세상을 놀라게 한 ‘국악 신동’ 유태평양 군(18세·국립전통예술고 3년)이 지난 18일 또 한 차례의 완창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남들은 평생 한번 하기도 어렵다는 판소리 완창을, 11세 때의 ‘수궁가’ 완창에 이어 세번째로 해낸 것이다. 판소리가 마냥 좋아 목청껏 노래 부르던 ‘꼬마 소리꾼’에서, 어느덧 국악의 깊이와 멋을 이야기하는 의젓한 청년으로 성장한 유군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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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세 번의 완창 무대를 가졌는데, 느낌이 각각 달랐겠어요.
“여섯 살 땐 너무 어려서인지 완창을 앞두고도 떨리지 않았고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두번째 무대에 섰을 땐 정말 많이 떨었어요. ‘제대로 못 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두려웠고 조바심도 났죠. 이번엔 긴장되기보단 설레었어요.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관객들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완창 공연 준비 기간은 보통 3개월 정도예요. 무대에서 3시간이 넘게 소리를 하려면 그 두 배인 6시간 이상을 매일 연습하며 목을 단련시켜야 하죠. 체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운동도 해야 하고 먹는 것도 잘 먹어야 해요. 그런데 너무 잘 먹어 그런지 이번 완창 준비를 하면서 5㎏이나 쪘답니다.” (웃음)
-이번 완창 무대를 스스로 평가한다면.
“사실 완창 전날 밤 소풍 앞둔 아이처럼 잠을 거의 못 잤어요. 판소리는 잠을 못 자거나 날씨가 습하면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그래서 공연 초반 1시간은 무척 힘들었는데 무대에 적응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기량을 발휘했던 것 같아요. 특히 관객들의 호응이 좋아 더 힘이 났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정말 보람 있었고 행복했어요.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요.” -
-부담감은 없었나요?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무대에 섰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내가 과연 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거였어요. 판소리 공연이 무르익으면 관객석 여기저기서 ‘잘한다~!’ ‘얼쑤~!’ 이런 추임새가 터져나오는데, 관객과의 이런 교감이 바로 판소리의 멋이고 매력이에요. 특히 이번엔 어린이와 청소년 관객이 유난히 많아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 세대들에게 판소리도 재미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타고난 소리꾼’인 유군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나요.
“남자 소리꾼들은 변성기가 찾아오면 가장 힘들어해요. 전 변성기가 찾아온 초등학교 5학년 때 아프리카 유학길에 올랐어요. 중3 때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들을 배웠죠. ‘국악 하는데 무슨 유학이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바쁜 유학 생활 덕분에 변성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어요. 다른 나라의 음악을 이해하고 우리 국악을 더 소중히 여기는 계기도 됐고요.”
-곧 대학생이 됩니다.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대학에 가서도 판소리 공부를 열심히 해 판소리 명창으로서 세계에 우리 국악을 널리 알릴 거예요. 더 넓은 세상으로 가서 다양한 장르의 서양음악도 접해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세계인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국악을 선보이고 싶어요.”
[The 인터뷰] 판소리 완창 세 번째 성공한 유태평양 군 '얼쑤~' 관객 호응에 힘내서 완창했죠
천안= 김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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