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알아가기 재미에 '하하호호'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기사입력 2010.07.21 09:44

다문화 어린이 25명 보광초 '방학 매미교실' 참여 전래동요·전통놀이·한국어 수업 등 다양한 체험

  • “맴맴맴맴, 쓰르르르~쓰르르르~.”

    아침부터 시작된 불볕더위에 ‘여름곤충’ 매미들이 신나게 울음을 터뜨린 20일 오전 9시, 서울 보광초등학교(교장 이선규) 3학년 3반 교실에 어린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 '매미 교실' 첫 수업이 열린 20일, 어린이들이 전통 공예 시간에 만든 색종이 팽이로 시합을 벌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매미 교실' 첫 수업이 열린 20일, 어린이들이 전통 공예 시간에 만든 색종이 팽이로 시합을 벌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하얀 피부에 황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안치영 군(1학년), 초콜릿색 피부에 곱슬머리인 한현민 군(3학년),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기 위해 쓰는 쓰개)을 쓴 일라프(3학년). 이 어린이들은 보광초등이 방학 중 본교와 인근 학교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한 ‘매미 교실’ 참가자들이다. 러시아·나이지리아·이라크·일본·아프가니스탄 등 부모님의 나라도 피부색도 모두 다르지만, 눈을 감고 가만히 들어보면 우리말로 웃고 이야기하는 게 영락없는 한국 초등생이다.

    펄벅 재단의 지원을 받아 20일 문을 연 ‘매미 교실’에선 25명의 어린이가 오는 8월 13일까지 주 5회 하루 3시간씩 전래 동요·전통 공예·농구교실·전통 놀이·한국어 수업에 참여한다. 오는 8월 1일~2일엔 경기도 청소년 수련원으로 캠프도 떠날 계획이다. 전교생이 850명인 이 학교엔 15개국 다문화 가정 어린이 58명이 재학 중이다. 대부분 한국어로 말하고 듣는 덴 문제가 없지만, 집에선 부모님과 모국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읽기·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어 지도를 맡은 이혜인 선생님은 “부모님이 외국인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독해력과 어휘력이 부족해 학습 부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논술과 읽기 지도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스스럼없이 ‘고향’이라고 말하는 베이잔 네잠 군(6학년)은 7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 왔다. 5세 때까지 아프가니스탄에 살았지만 어렸을 적 기억보다는 한국에서의 기억이 더 많다. 전통무용 중에서도 탈춤에 관심이 많다는 네잠 군은 “평소 배우기 어려웠던 우리나라의 공예와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서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일본인인 김은아(5학년)·연정(3학년) 자매도 한껏 들떠 있었다. “동생(연정)의 몸이 불편해 이동할 때마다 휠체어를 타야 해요. 그래서 방학 때면 으레 집에서 보내곤 했죠. 이번엔 매미 교실이 있어 동생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돼 무척 기대돼요.” 라고 말했다.

    박은영 교감 선생님은 “피부색만 다를 뿐 한국에서 자라고 한국인으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라며 “가정에서 한국어나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은 어린이들이 건강한 한국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매미 교실’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어려움도 있지만 이 아이들이 두 가지 언어를 함께 쓸 수 있다는 건 앞으로 열릴 세계화 시대에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이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친구로 생각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