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행복편지] "항상 성실한 선경아, 넌 내 인생 스승이란다"
성희숙(서울 문덕초등학교 교감)
기사입력 2010.07.20 09:32
  • 선경아, 그동안 잘 있었니?

    널 처음 만난 건 네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때야. 넌 책읽기를 좋아했고 늘 조용히 자기 일을 해내는 아이였어. 또 유난히 미술에 소질을 보이던 아이였지.

    하지만 우리가 본격적으로 친해지기 시작한 건 이듬해부터였어. 난 다른 반을 맡았는데 네가 정성껏 편지를 써서 보내주기 시작했지. 아마 네가 다섯번 정도 편지를 보내면 내가 한번 정도 답장을 하곤 했을거야. 지금도 너무나 또렷이 기억에 남는건 네가 그림이나 사진 등을 오리고 붙여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편지 겉봉투란다. 얼마나 예뻤는지….

    다른 아이들과 달리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었는데도, 넌 언제나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어. 바쁘다는 이유로 네게 자주 연락을 못 했지만, 네가 틈틈이 보내주는 편지 덕분에 우린 늘 가까이 있었던 것 같구나.

    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술교육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을 땐 정말 좋았어. 어려운 가정환경을 이겨내고 네가 좋아하는 미술을 공부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너무나 기뻤단다. 그리고 대학생활 내내 힘든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하면서도 꿋꿋하게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면서 네가 너무나 자랑스러웠어.

    언젠가 내가 공개수업 준비를 하느라 바빴을 땐 네가 우리 집까지 찾아와서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만들어줬지. 그리고 내가 교감으로 첫 발령이 났을 땐 학교로 예쁜 축하 케이크를 보내줘서 선생님들께 마음껏 자랑도 했단다. 그러고 보니 내가 널 챙겨준 것보다 네가 더 많이 날 생각해주고 챙겨준 덕분에 우리의 아름다운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게 된 것 같구나.

    선경아, 지금 넌 네가 그렇게도 원하던 중학교 미술선생님으로 교단에 서게 됐어. 넌 내게 제자라기보다는 인생의 스승 같은 존재란다. 게으름 피우고 싶을때,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하는…. 선경아, 사랑해.